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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부모가 아니고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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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부모가 아니고 악마였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6.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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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근 충남 천안에서는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을 갇힌 A군이 숨졌고, 창녕에서는 집에서 목줄을 푼 B양이 빌라 4층 지붕을 타고 옆집 베란다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의 경우 계부와 친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은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폭행을 당하는 등 추가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모가 아니고 악마였을 정도로 이들의 잔학성이 속속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어린아이들을 고통 속에서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내게 하고도 그 죄를 다 묻지 못한다. 제정신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으로 자식의 목숨을 앗아간 비정한 부모는 마땅히 죗값을 치르겠지만, 잠깐 고개만 돌렸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눈과 귀를 닫은 채 비극을 방조하고 묵인한 다른 어른들의 죄는 어떻게 물을 것인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는데 어른들이 휘두른 폭력에 목숨을 잃고 몸과 정신을 상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야 끔찍한 일을 처음 겪은 것인 양 호들갑을 떤다.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덜어보려는 이기심일 것이다. 아이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아이들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흉기로 돌변하고, 그 지경을 뒷짐지고 지켜보는 우리가 사는 세상. 동물의 세계만도 못하다.

가방 속 아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등교 개학을 기다리던 한 초등학생이 가로 44㎝ㆍ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질식해 의식을 잃었다. 깜깜한 가방 속에서 숨쉬기도 어렵고, 발버둥조차 제대로 칠 수 없었던 이 아이는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

지난 3일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9살 초등학생은 끝내 숨졌다. 사인은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추정됐다.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가로 44㎝ㆍ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틀 만이다. 이날은 초등학교 3학년인 A군의 새 학기 첫 등교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7시간 넘게 가방에 갇혀 있었다. 의붓어머니 B씨(43)는 병원 이송일 정오께 A군을 가로 50㎝ㆍ세로 70㎝ 여행용 가방에 들어게 했다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가방 속에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까지 했다. B씨는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거짓말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녕에서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창녕 모 초등학교 4학년 A양(9)을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계부 B씨(35)와 친모 C씨(27)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2년간 A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확대 사실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20분께 창녕 한 거리에서 눈에 멍이 난 A양을 발견한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발견 당시 A양은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천안 A(9)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동거녀 B(43)씨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네티즌들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다. 한 네티즌은 “아이가 학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언제쯤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어지겠는가”라고 가슴 아파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시 태어나면 사랑 가득한 부모에게 태어나 행복하게 자라라”고 기원하는 한편 “동거녀의 신상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가해자) 엄벌에 처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왜 이런 사건이 반복돼야 하느냐”며 “더 효과적인 제도는 없는지,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청원이 게시된 지 한나절도 안 된 오후 3시 기준으로 25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7일 현재 4만 7029명의 청원에 동의했다.

아동 학대는 매우 오랜 전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자행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하여 비로소 이 사회가 아동학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절대적인 환경인 가족 내에서 빈번히 아동학대가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아동학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배우 김혜자 씨는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겪고 느낀 점을 주제로 쓴 책에서 아동의 소중함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796건에서 2018년 2만 4604건으로 3.5배 이상 증가했다. 아동학대 처벌 기준은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또한 아동이 중상에 이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 ,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할 경우 아동학대치사죄가 인정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아동학대 처벌법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교육과 예방 대책이 더 시급하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일제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동 학대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예방 접종이나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거나, 장기 결석 중인 아동 등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조사를 할 방침이라니 사후 약방문이지만 예방적 효과가 기대된다.매년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또 아동학대중상해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징역’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기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아이들의 인격 존중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최선의 예방법이고,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최선이 아니라도 학대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일반예방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처벌 수위는 높여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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