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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이재용 수사 심의위 결정 수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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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이재용 수사 심의위 결정 수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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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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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1년 8개월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승계 혐의수사를 놓고 ‘과잉수사’, ‘유죄 확증’ 수사라고 주장해온 삼성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에 수사심의위는 검찰에 의혹 사건의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고, 여기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검찰 측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을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약 20만장에 달하는 기록을 생산할 정도로 수사에 심혈을 기울여 왔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는 기소는 물론 수사도 더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년 8개월간 많은 검찰 인력을 투입한 수사와 형사 처벌의 논리가 한순간에 부정당해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면 자신들이 만든 수사심의위를 무력화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 심의에 참여한 위원 13명의 절반 이상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수사심의위는 유·무죄가 아닌 수사나 기소의 타당성만을 따지는 기구로, 그 결정도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불기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여덟 차례 열린 현안위원회의 권고가 한 번도 무시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고심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는데, 법원의 판단도 곤란하게 됐다.

검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는 국민의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계속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판단하는 기구다.  

지난 2018년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찰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수사심의위원회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양측이 제출한 각 A4 50장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을 들은 다음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도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긴 시간 동안 걸쳐 이뤄졌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아예 무시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여 재판이 열리더라도 논리상 국민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의 수사 방식과 관행을 겸허히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증거와 증언에 근거해 수사가 이뤄졌는지, 혐의를 입증할 일관성 있고 빈틈없는 논리구조를 세웠는지, 예단, 추정, 심증 등으로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참여연대는 “일방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은) 흔들림 없이 기소하라”고 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물론 불법 행위가 명백하고 증거가 뚜렷하다면 엉성한 수사로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등 국내외 여건까지 최악인 상황에서 삼성 책임자인 부회장이 기소되고 구속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자녀들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긴 시간 동안 고민과 토론을 걸쳐 나온 결과물을 수용해 주기를 바란다.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일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지배 구조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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