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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관 뚜껑에 못질할 때 웃으면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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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관 뚜껑에 못질할 때 웃으면서 떠나자’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7.1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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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언제 갈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하지만 자살이나 사고 등 뜻하지 않은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주변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유명인의 갑작스런 죽음은 깊은 충격에 빠뜨린다.

육영수 여사, 박정희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들의 죽음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우리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74년 8월15일 만 49세의 나이에 사망한 육영수 여사와 1979년 10월26일 만 62세에 유명을 달리한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은 반공과 경제개발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들의 놀라움은 상상보다 컸다.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장기집권은 막을 내렸지만 새로운 군부가 등장함에 따라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점점 확산됐다. 바로 유명인의 죽음이 정치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된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자살을 택한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죽음도 현대사에 엄청난 충격이고 비극이었다. 특히 2009년 5월23일 경남 김해 봉화마을에서 생을 마감한 노 대통령의 죽음은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항상 정직하고 정의로운 모습을 보였던 그는 대한민국 젊은이와 서민들의 우상이었으나 뜻하지 않은 일로 유명을 달리했다. 2018년 7월23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한국 진보정치의 아이콘 노회찬 국회의원도 자살을 선택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2020년 7월9일 6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살소식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의 실종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단순히 ‘가벼운 산행을 통해 머리를 식힐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가 전부였다.
노환이나 병으로 생을 마감한 유명인의 죽음도 안타까운데 갑작스런 사고와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의 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은 이유를 막론하고 큰 비극이다.

2020년 WHO와 UN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3.1세로 전 세계 14위이다. 1위는 인구 3만 9000여 명의 지중해 연안 모르코로 평균수명이 89.7세이다. 일본이 84.4세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독일 27위, 영국 28위, 미국 46위 등이다. 술을 좋아하는 러시아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59.7세에 불과해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160위를 차지했으며 북한은 168위이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앙골라 잠비아 등은 평균수명이 38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평균수명이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OECD 평균 11.5명 보다 2배 이상 높다. 한해에만 1만 3670명이 자살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사망원인의 1위가 암이고 뇌혈관 심장질환 다음으로 4위가 자살에 의한 죽음이다. 교통사고 간질환 등 타의에 의한 사고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인과 집단의 요구가 점차 다양화 되어 가는 반면 개인의 신상과 비밀은 입지가 점차 좁아들고 있다. 정보화 사회로 의사전달이나 이동수단은 빨라졌지만 개인의 비밀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정보통신의 발달만큼 줄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정신적 세계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오픈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라는 말처럼 개인의 정신적 세계를 제외한 모든 행동에서 정보통신의 시스템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에 없었던 온라인 범죄가 치명적인 범죄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각종 범죄조사에서도 온라인에서 있었던 일들이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수사관들도 이제는 범죄조사의 핵심을 증언과 증인에 의존하기보다는 개인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단서를 잡고 있다.

이렇게 개인의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가 좁아지고 있는 사회에서 현명한 삶은 개인의 비밀을 적게 만드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투명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비밀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상식이 통하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좋다. 개인의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이해와 배려가 동반된다면 자신의 삶은 좀 더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끝없는 욕심을 채우려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과정이 공정할 수 있지만 때로는 불공정으로 사회의 악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명인의 탐욕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유명인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하고 엄격한 도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기대가 조금 어긋나면 그 충격은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유명인 당사자의 심각한 고민과 함께 극단적인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의에 의해 목숨을 다하는 것보다 자연에 의해 삶이 시작되듯 인생도 자연스럽게 마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관 뚜껑에 못질할 때 웃으면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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