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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슬하자식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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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슬하자식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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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4 0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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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지인의 딸 결혼식에 가보니 주례는 없고 착한 신랑 친구가 사회를 보면서 재미있게 진행합니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여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부부로서의 다짐을 합니다. 신랑은 결혼 후 열심히 운동을 해서 체중을 관리한다고 약속을 하였고 신부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증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어서 신랑 아버지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합니다. 안경을 벗고 선언문을 읽는 짧은 시간속에서도 목이 메이는 순간이 포착됩니다.

그리고 신부의 어머니가 당부의 말씀을 전합니다. 주례사급의 말씀을 차분하게 해주십니다.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가는데 역시 조절안된 숨소리가 마이크로 흑~ 들어가고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여러차례 읽고 연습을 하셨을 것인데 막상 사랑하는 딸자식이 슬하를 떠나는 모습에 엄마는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당부의 이야기를 마친 어머니는 잠시 내려올 방향을 찾지 못하다가 이내 차분한 마음으로 단상을 내려와 남편이 잡아주는 손에 의지하여 자리에 앉았습니다.

신랑의 축가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동영상의 아름다운 모습과 매칭되는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입니다. 결혼한 듯 아기를 돌보던 신부의 친구가 준비된 원고를 들고와서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친구의 신랑에게 친구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문장이 아름답고 수려하고 간결함속에 애틋함이 행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결혼식 전반부를 밝은 미소로 이끌던 신부는 친정어머니에게 떠나는 인사를 하고 시어머니에게 전입을 신고하는 순서를 치른 후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신랑 아버지가 성혼선언문을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7초 정도 NG를 낼뻔하였는데 사회자가 끼어들어 박수를 유도합니다. 아들을 결혼시키는 부모의 행복과 품 안에서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심경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사회자가 연출해 냅니다. 축가 첫 음을 잘못잡은 신랑을 대신하여 또 한 번 박수를 끌어내는 우리 사회자는 쎈스쟁이 입니다. 정해진 식순만을 읽는다면 아나운서 사회자이고 중간사이에 연결의 멘트를 첨가하는 이는 앵커형 사회자입니다. 하지만 요즘 프리 아나운서들이 예능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합니다.

이곳 고려대학교 결혼식장에서 그동안 수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하면서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처럼 공통된 점이 익숙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강건해 보이는 아버지가 아들 결혼에 눈물을 보이고 깐깐한 친정 아버지도 떠나가는 딸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인지상정, 결혼식 모든 과정의 공통점일 것입니다. 하객들은 봉투내고 영수증처럼 전해지는 식권을 받아들고 지하1층으로 달려가서 80가지 뷔페음식을 모두 다 체크하고 다니는 시각에 식당 정면의 화면속 신랑과 신부, 양가의 부모들은 애가 탐니다.

행복한 결혼인데 마음 한편에 이별의 아픔이 있습니다. 신부는 친정을 떠나는 이별이지만 아들 또한 부모의 품에서 몇 발짝 멀어지는 실질적인 이별도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는 것이지요. 우리는 상견례 자리에서 “슬하에 자녀는 몇 명이신지?”라고 질문합니다. 膝下(슬하)라는 말은 무릎 아래라는 뜻이고 부모의 보호영역(保護領域)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돌 전후의 아기를 무릎 앞에 눕히거나 앉게 하여 돌보고 다시 무릎위에 올리고 밥을 먹였습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키워서 결혼을 시키니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부모의 마음은 아기를 보는 듯 불안합니다. 자식에 대한 보살핌은 돌이 지나도 아들이 군대를 다녀와도, 딸 나이 30이 지나도 이어집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쁘고 경사스러움에 행복해 하면서도 조금은 멀어져가면서 '철없이 행복하는' 들고나는 자식들을 바라보면서 조명 가려진 기둥 뒤 어둠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잡아내어 손바닥에 비벼 말리는 중입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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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2020-07-28 08:29:05
이글을 주인공인 친구 부부가 읽고서 그 신문 원본을 가져갔습니다. 신문이란 다수의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하기도 하지만 한두명에게 평생 간직하고 싶은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그날의 신문을 보관해 주기도 하고 자신과 관련한 기사가 나면 신문을 꼭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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