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16]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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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6]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7.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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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1947년생)
전남 보성 출신으로 동국대 재학 중인 1969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필자는 문정희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이유는 읽으면 쉬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번 더 읽게 만드는 매력이 이 시인의 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시 역시 읽으면 즉시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따로 해설을 달지 않는 대신 아래 두 시행을 보면 읽고 난 뒤 혼자 설핏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그럼 남편에 대해 알아보자. 남편(男便)을 사전에서 찾으면 ‘여자가 결혼하여 함께 사는 남자’로 돼 있다. 그럼 그 반대말은? 당연히 아내라고 알고 있겠지만 ‘여편(女便)’이다. 지금은 여편(女便)이란 말은 쓰이지 않는 대신 낮춤말로 ‘여편네’라고 한다.

그럼 '아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먼저 어원을 따져보면 아내가 예전엔 '안해'였다고 한다. 집 안의 일을 보는 안 사람이란 뜻이므로 반대말은 바깥이 들어가야 한다.

즉 ‘바깥분’, ‘바깥양반’ 등이 된다. 물론 지금은 남편과 바깥양반은 같은 뜻으로 쓰여 아내의 반대말은? 하는 물음에 둘 다 답이라 하겠다.

이미 다 아는 얘기지만 속설에 남편을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 이름 붙였다고도 한다. 그만큼 아내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그런데 대중가요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고,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빼버리면 ‘님’이 된다는 노랫말이 있다.

즉 남과 님은 고작 점 하나 차이라는 거다. 그러니 님이 됐다, 남이 됐다 하는 걸까? 그래서 어떤 국어학자는 남편 대신 ‘님편’이라고 하자. 그러면 남의 편이 아닌 ‘님의 편’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는데 과연 이름만 바꾼다고 님의 편이 될까?

아무리 한 이불 덮고 살아도 어디까지가 내 편이고 어디부터가 남의 편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인간관계라 하겠다.

여성 독자를 겨냥해 쓴 어쩜 평범하게 흐를지도 모를 시를 참신하게 이끈 건 맨 앞 시행이다. 이 시행으로 독자들은 조금 긴장하며 읽을 것 같다.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이 창의적인 표현에 ‘역시 시인은!’ 하며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보다는 좀 멀고, 오빠보다는 좀 가까운’이란 뜻으로 썼는가 본데, 아버지처럼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진 않지만 오빠보다는 확실히 좀 더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는 설명이다. 각각 서로 다른 두 마음이 오랜 시간 같이하면 한마음이 될 듯도 한데 그렇게 안 되다 보니 가장 전쟁을 많이 치르는 원수처럼 변한 사이가 부부 사이라니...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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