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역시나...피에르의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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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역시나...피에르의 우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7.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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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인간은 누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 새로 만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물건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 등 처음 대하는 것에 대한 신비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TV 홈쇼핑을 통해 새로운 상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처음 보는 물건들도 시시각각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건강 보조식품과 주방용품 의류 농수산물 등의 채널을 보면 꼭 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쇼핑호스트의 현란한 말솜씨 덕분인지 TV에 나오는 상품은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TV채널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집에서 받아 보는 상품은 TV에서 보는 것보다 만족감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물을 직접 보지 못하고 TV속의 화면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TV 홈쇼핑 채널을 즐겨 본다. 요즘세상 TV채널이 수 백 개나 되지만 정작 볼 것은 몇 안 된다며 차라리 홈쇼핑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만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전파력이 빠르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쇼핑은 장점도 있지만 ‘역시나......’ 하는 실망감도 크다.

2017년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반환점을 돌아 2년을 채 안 남겨두고 있다. 취임 1년차 지지율이 83%에 달하고 4년차에도 50% 안팎을 돌고 있으나 부동산 정책만큼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현명한 대처로 국가의 격이 높아졌다던 2020년 4월 문대통령의 지지도는 54%였다. 지금은 또 10% 포인트 하락해 40% 초반 대를 기록하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지만 부동산 정책은 연일 언론의 매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벌써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닫는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까지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1.01% 올랐고 수도권 전체도 4.6% 올랐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6.45% 떨어졌다.

또한 부동산 전문 업체가 발표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1999년 1월부터 2007년까지 매매가는 급격히 상승했다. 2008년 1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자 안정세를 되찾은 부동산 가격은 2015년 말까지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가격이 급등해 현재까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문대통령도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세금인상 등 수많은 정책을 내 놓았지만 오히려 청와대 일부 참모진들의 재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19년 12월 기준으로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새 정부 출범 후 평균 3억2,000만원 상승했고, 그 중 상위 10명은 10억 원 올랐다고 주장했다. 서민들과 월급쟁이가 사는 방식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프랑스 혁명당시 자코뱅당 당수를 맡았던 로베스 피에로가 회자되고 있다.

1793년 국내외 전쟁으로 극심한 혼돈의 시대를 맞은 프랑스에서 공안위원장을 맡은 피에로는 좌우 등 반대파를 숙청하고 경제안정화 방안으로 최고가격제 실시 등 물가통제조치를 단행했다. 피에로는 당시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든 서민과 아동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윳값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피에로의 정책에 따라 우윳값은 잠시 내려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축산 농가들은 우윳값이 떨어지자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육우 사육을 시작했다. 젖소에서 생산되는 우유를 팔아봤자 별 소득이 없고 오히려 건초가격을 충당하는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피에로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고 이번에는 건초가격을 내리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건초 생산업자들은 가격이 폭락하자 건초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결국 건초가격은 다시 오르고 우윳값도 치솟았다. 때문에 서민들도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도록 도입한 정책이 잘못돼 귀족과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우유가 된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당초 목적과는 반대로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가격통제는 국가가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시장의 메커니즘에 인위적으로 간섭해 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이 줄거나 가격이 오르게 된다. 공급자 본인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공급을 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벌써 22회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피에로의 우유처럼 근시안적인 대책보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형평성을 잘 생각해야한다. 한 쪽의 사탕을 뺏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일은 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공급자의 불만을 잠재우고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다시 ‘역시나......’ 하는 정부는 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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