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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배려하는 표현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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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배려하는 표현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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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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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가정이나 직장에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수가 크게 편리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중학생때 시골마을에서는 주방벽을 뚫어 안방으로 창을 내는 작업이 유행했다. 방에 상을 펴고 부엌에서 올려주는 반찬과 밥, 국그릇으로 상을 차렸다. 초창기 할아버지들은 에헴하며 불편해 셨지만 수년내에 모든 집 주방-안방간 ‘소통의 문’이 설치되었다.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길을 멋스럽지만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으므로 이곳에 지름길을 내는 개선안을 제안하여 공사를 마쳤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하신 분이 대학총장으로 일할 때 학생과 교수들이 잔디를 밟고 다녀서 징계를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현장을 살핀 결과 그 곳이 지름길이고 이곳을 막으면 먼 거리를 돌아가는 불편함을 확인하고 오히려 그곳으로 길을 낸 사례를 참고했다. 가로등 기둥이 골목길 중앙에 세우지 말고 양편 담장쪽에 배치하자는 주장을 한다. 지금도 골목이나 공원을 다니다 보면 사람이 다녀야 할 자리에 가로등 기둥이 버티고있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인간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등산로에서 0.82km보다는 820m로 표기해 달라고 제안했다. 사실 15km를 15000m라 하지 않는 것처럼 70m를 왜 0.07km라고 쓰는가 이유를 묻고 싶다. 솔직히 100m달리기이지 0.1km달리기 경주는 아닌 것이다. 개선한 일이 더 있다. 라운드 회의실 중앙으로 들어가는 길을 내는 일, 의사봉을 위원장이 들고 다닌 일, 회의장 스크린을 4면에 설치하여 1시간 이상 목 뻐근함을 예방한 일 등 나름 자랑꺼리가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우리 가정에는 작은 개선의 꺼리들이 존재한다.

회의참석 카드 체크기를 벽 쪽에 붙여두니 참석자들의 동선이 불편하므로 전선을 늘여서 넓은 홀 가운데 책상에 배치하니 전철역 들어가듯이 양쪽에서 찍고 빠른 속도로 회의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기관장과 간부들이 후문으로 퇴근하니 경비실 아저씨 거수경례 한 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고 국장이 회의실에 10분 일찍 도착하니 소통도 잘 되고 담당자가 '모셔와야 하는' 추가 일을 덜어주었다.

기관장 해외출장때 공항에 배웅가고 귀국을 환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소속 공기관장 10명이 인천공항까지 수행했다면 연료비, 차량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만 따져도 15만원, 10명이면 150만원이 의전비로 지출됐다. 운전, 수행까지 계산하면 비용이 커진다. 고액 연봉자가 새벽에 저녁에 공항까지 가는 시간 값은 계산이 나오지 않지만 큰 금액으로 환산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출발을 챙긴 아내와 눈 비비고 일어난 자녀들의 고충 비용은 반영하지 않은 계산서이다. 정말로 공항을 다녀온 간부들은 錦衣夜行(금의야행)이었다. 달밤 자체가 비단이니 비단옷을 입은 것을 아무도 모른다.

행정에서 작은 비용의 문제도 그러하거니와 간부 한 분이 10분을 아끼면 그 조직원 200명이 2000분, 33시간이 절약된다. 4일 근무치이니 20만원씩만 계산해도 8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추정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늘 기능적 편리함도 검토하고 인간적인 효율성도 고민해야 한다. 오늘 이 순간에도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살펴보고 주변의 다른 이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괜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左顧右眄(좌고우면)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작은 배려가 아주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작은 나의 편안함이 다수에게 불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계장, 과장, 국장이 배차받아 출장을 가는 경우 국장님이 택시타고 사무실로 나와주시면 30분이상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나의 작은 배려가 다수의 동료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점을 간부공무원은 더더욱 명심해야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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