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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巨與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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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巨與의 폭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8.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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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거대여당의 제동 없는 폭주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규모 추경을 거의 수정 없이 단독으로 처리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임대차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소위토론, 축조심의 상임위토론 등 국회절차도 무시한 채 기립통과 등 불과 3일 만에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통과, 시행까지, 전광석화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곧 이어 종합부동산세법 등 나머지 부동산 관련법과 세법개정안을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공수처설치법 개정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개편까지 밀어붙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이나 소수의견 반영도 없이 정부안을 무더기로 속전속결 처리해 통법부라는 비판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판기’는 인류문명을 바꾼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지난 2010년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의 최고급 호텔 에미레이트 펠리스에 처음으로 금(골드 바) 자판기가 등장해서 화제가 됐다. 지난 2018년 중국의 공룡 기업 알리바바는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와 손잡고 자동차 자판기를 등장시켜 해외토픽난을 뜨겁게 달궜었다. 모바일 앱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작금 21대 국회에서 벌어지는 초 스피드 법률 통과는 더 놀라운 ‘자판기’ 기록이 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전광석화처럼 통과시켰다. 통상적으로 국회는 상임위에 법안이 회부되면 대체토론, 소위 심사보고, 축조심사, 찬반 토론, 의결(표결)의 순서를 거치는데 이날 국회 상임위들은 짜 맞춘 듯이 모든 절차를 생략했다.

민주당은 이어서 지난 30일에는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명 가운데 찬성 185명, 기권 2명으로 의결했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부터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5분이었다. 군사독재정권 때도 좀처럼 못 보던 ‘입법 독재’의 활극이 펼쳐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수십 년 국회 입법 프로세스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횡포의 뒤에는 교졸한 ‘법 기술’이 있었다.

여당 국회의원들 입에서는 ‘소위원회는 강제조항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국회법 제57조(소위원회) 1항을 보니 ‘필요한 경우 특정한 안건의 심사를 위하여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는 건 맞다. 민주당은 ‘둘 수 있다’는 대목을 ‘안 해도 된다’로 읽어 자기들 법안만을 짜깁기해서 통과시켰다. 분석도 안 된 법안을 기립통과 방식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거수기’ 행태였다.아무리 좋은 명약이라도 약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유해한 요소가 있는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한 다음 시장에 내놓는 것은 상식이다. ‘부동산 3법’이 제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마지막으로 정리된 대체입법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조차 거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의 치명적인 실수다.“학생운동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른바 ‘빠’ 세력의 내밀한 친화성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전체주의’를 우려한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눈에 띈다.

 ‘결과’ 중심으로 ‘속전속결’만을 도모하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박정희 시대에 유정회를 만들어 부린 일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흔적이듯, ‘결과 지상주의’에 빠진 민주당의 행태는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인 높다. ‘통법부’ 행태를 주도하고도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우기고, “통합당이 민주주의 기본 작동 원리부터 다시 생각할 때”라는 적반하장을 서슴지 않는 여당 인사들의 막무가내 언행에 억장이 막힌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위협받는 정책들이 주장되고, 일사천리로 입법화되고 시행되고 있는 상황은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자유민주주의가 복원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번영된 자유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점에서 시대적 소명이고 시대정신이다.

권력의 폭주는 반드시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집권 후반기의 과속은 특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왜(why), 어떻게(how)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집권 5년의 후반기가 이미 작년에 시작됐는데 왜 지금 속도를 높이느냐? 그것은 집권세력이 후반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가 50년 장기집권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지 않은가. 50년의 고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야 한다. 집권층이 제동장치를 모두 제거하는 무리수를 두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두 번째 의문,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동네 레스토랑에 해답이 있다. 어떤 레스토랑 주인이 장사가 잘 돼 돈을 벌자 지배인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놀러 다녔다. 가게에는 한 달에 서너 번 들르는 정도였다. 그러자 지배인이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성실한 직원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었다.

음식 맛과 서비스가 형편없이 떨어지더니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누구 책임인가. 지배인 탓을 하기 쉽지만 궁극의 잘못은 주인에게 있다.똑같은 일이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권력의 폭주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 책임이다. 대리인이 가게를 망친다면 주인은 “식당이 니 꺼냐”며 야단치고 내쫓아야 한다. 문제는 국민이다. 국가의 대혼란이 지금 주인의 자격을 묻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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