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김연식 칼럼] 십시일반(十匙一飯)
상태바
[김연식 칼럼] 십시일반(十匙一飯)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10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식 논설실장

여름철 장마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50여 일째다. 코로나 19에 장마까지 덮쳐 2020년 한국의 여름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7월 초 제주와 영남지방에서 시작된 폭우는 8월초 영월 단양 충주 제천에 이어 강원 철원 춘천까지 계속됐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휩쓸고 간 수마는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곧바로 서울과 경기도를 강타했다. 이어 천안 아산 등 충청도를 거쳐 호남과 영남지방을 기습했다. 8월 중순이 다가오는데도 그칠지 모르고 전국이 물 폭탄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3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이재민도 수 천 명이 발생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와 산림청 자치단체 등에서는 연일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마치 선거 때처럼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 개씩 들어오고 있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헬기를 동원해 남한강과 북한강 상 하류를 순회하며 실종자 수색에 여념이 없다.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 위에는 헬기가 수차례 운항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보통 태풍은 한반도를 지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장마전선이 동서와 남북을 번갈아 오가며 한반도에 머물고 있다. 기상예보를 비웃듯 이상 폭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지방경제가 몰락하고 있다. 올 봄부터 코로나 19로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고 있던 각종 축제가 취소된데 이어 전국과 광역 단위의 스포츠 경기마저 취소돼 자영업자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나마 여름 한철 기대했던 경기마저 위축돼 상인들의 한숨만 높아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 소비경제가 줄면서 수출부진은 물론 내수경기도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상반기 실업률 지표를 보면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도소매업의 경우 18만9000명이 줄었다. 도소매업의 대부분이 중간상인인 자영업자로 볼 때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중간층이 상당수 일자리를 잃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기간 숙박 음식업종사자도 18만3000명이 감소했다. 코로나로 매출감소가 이어진 숙박과 음식업계의 고충이 직원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여름 한철을 기대했던 이들은 올 한해 영업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이라고 한다.

특히 한때 10만원을 오가던 김포~제주 항공권은 저가항공사의 경우 8000원에서 2, 3만원이면 살 수 있어 음식 숙박업에 이어 관광 항공업계에도 치명적인 상처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강릉 구간의 고속버스 요금이 2만 원대이고 지방의 어지간한 도시로 가는 버스요금도 3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저가이다. 경제학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어느 하나 불균형적으로 형성되면 시장경제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경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상반기 수출의 경우 석유제품이 48.2% 감소하고 자동차 부품 45%, 자동차 33.2% 등으로 줄었다. 선박도 27.9% 감소하고 섬유 22.3%, 철강 20.4%, 디스플레이 15.9% 등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들이 잇따라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 감소는 코로나의 영향이 크지만 내수경기도 침체돼 실업자 양산과 소비경제의 극심한 위축을 가져온다. 기업은 투자를 꺼려하고 국민들은 지갑을 닫아 경제의 순환기능이 멈춰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세인 소득세는 지난해 상반기 37조원을 징수했으나 올해는 36조원을 걷는데 그쳤다. 법인세도 40조원에서 26조원으로 줄었고 부가세는 32조원에서 29조원으로 줄었다. 기업과 자영업자들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이 감소하고 있는데 국가 경제가 어떻게 활성화 되겠는가? 그래도 정부는 공시지가를 올리고 다주택자부터 세금을 거둬 복지비 등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실소유자들이 양도세 폭탄으로 집을 내 놓지 않으면 집값은 또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도 줄 수밖에 없다. 무슨 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갈 것인가. 정부가 시장경제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는 이미 베네수엘라 등 여러 나라를 통해 정부의 시장경제 간섭 폐해를 경험했다. 원유매장 세계 1위의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사망 후 지난해 물가가 1000만% 올랐고, 올해 6월에만 벌써 130만% 상승했다. 이민자도 급증해 지난해 490여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인구 2843만 명인 나라에서 한해 500만 명이 이민을 간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다. 십시(十匙)는 열개의 숟가락을 말한다. 일반(一飯)은 한 끼의 밥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열 개의 숟가락을 모아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과거 스님들이 선방에 안거할 때 각자 먹을 쌀을 가지고 왔지만, 혹여나 객승이 방문했을 때 자신들의 밥을 한 숟가락씩 덜어 주었다는데서 유래됐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그것도 형평에 맞아야 하고 방법은 공정해야 한다.

수해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국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국민들이 낸 성금으로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이 선심성으로 사용하고 개인의 용도로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와 여름특수 실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도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에 나설 것이다. 국민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