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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예고없이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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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예고없이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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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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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하늘·땅·바다 가릴 것 없이 전국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국립공원 입산도 대부분 통제됐다. 시민들이 바깥출입을 꺼리면서 인파로 북적거리던 휴일 도심은 '유령 도시'처럼 변했고, 전국의 관광지도 동장군의 기세 앞에 한산했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충남 서해안과 전라도, 제주도 등에는 강풍을 동반한 10∼20㎝의 폭설까지 내렸다. 제주 시내에 내린 12㎝의 눈은 1984년 1월 13.9㎝ 이후 32년 만에 최고 적설량이다. 한라산 윗세오름 123㎝, 진달래밭 113㎝ 등 제주 산간지역과 울릉도에는 1m가 넘는 기록적인 눈이 쌓여 고립되는 주민도 속출했다.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바람에 제주도는 이틀째 고립상태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애초 이날 정오까지 예정했던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운영중단을 25일 오전 9시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출발·도착예정이던 항공기 510편과 25일 60여편의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이번 결항사태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체류객은 6만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 전 해상에 풍랑경보가 내려지면서 여객선과 도항선 운항도 전면 통제되고 있다. 폭설이 쏟아진 한라산 주변 도로의 차량운행도 대부분 통제됐고, 시내 도로도 월동장구를 갖춰야 운행할 수 있다. 공항공사 측은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제설차 8대와 인원 200여명을 투입해 공항기능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파와 풍랑주의보 속에 서해 도서를 잇는 뱃길도 대부분 발이 묶였다. 인천항의 경우 초속 15m가 넘는 강풍과 함께 3∼6m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백령도·연평도·덕적 등을 잇는 10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군산∼선유도, 부안 격포∼위도 등을 연결하는 6개 항로로 막혀 있다. 충남에서도 7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있으며, 전남은 목포·여수·완도를 오가는 55개 항로가 막혀 있다. 경남 역시 통영∼한산도를 제외한 8개 항로가 폐쇄된 상태다. 울릉도는 육지를 연결하던 2척의 여객선 발이 묶이는 바람에 지난 18일 이후 일주일째 고립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육지로 나온 울릉군민 1000여명이 포항에서 여관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폭설과 혹한에 떨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뉴욕 등 동중부 지역은 23일(현지시간) 시속 80㎞의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지역에 따라 90여 년 만의 기록인 최고 100㎝의 눈이 쌓여 아수라장이 됐다는 소식이다. 언론은 이를 '스노마겟돈'(Snowmageddon·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이라고 표현했다.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둔 중국도 전국에 한파 비상이 걸렸다. 네이멍구는 영하 48도까지 떨어졌고, 상하이 지역은 영하 7도로 35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충칭지역은 20년 만에 눈이 내려 공항과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뉴욕 등 미국 동중부 일대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만 해도 섭씨 20도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던 지역이다. 북반구가 한파와 눈 폭풍에 휩싸인 반면 남반구는 폭염과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호주는 최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시달렸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은 작년 말 유례없는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로 최악의 홍수가 나면서 많은 이재민을 냈다.
세계적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의 가장 핵심적인 글로벌 위험요소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시대보다 처음으로 1℃ 이상 상승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올해는 온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파리에서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는데 이미 목표의 절반을 잠식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이 실패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기상 이변으로 가뭄과 홍수, 혹한, 해수면 상승 등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이변이 상시화하는 흐름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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