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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국회의원의 '백바지'와 '분홍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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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국회의원의 '백바지'와 '분홍 원피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8.1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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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가 논란이다. 17년전 유시민의 '백바지'가 떠오른다. 2003년 4월28일 국회 의원회관 오영식 의원실. "내일 유시민 선배가 의원 선서를 좀 다르게 할 모양이던데" "어떻게?" "뭐 정장 안하고 좀 다르게…" 노타이에 허연 면바지. 다음날 그의 국회 첫 등원 패션은 캐주얼이었다. "여기 탁구치러 왔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국회 본회의장에선 고함이 터졌다.

"국회 모독"이라며 퇴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유 의원은 결국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다시 해야 했다. 그는 "튀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넥타이를 매기 싫어서도 아니며, 국회를 모독해서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일하기에 편한 복장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상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폼만 잡는 '금배지'들을 비판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그는 얼마전 한 방송에서 "제가 삐딱이 기질이 있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게 보기 싫었다"고 '실토'했다.

4일 국회 본회의장의 류호정 의원은 무릎이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바로 논란이 일었다. "때와 장소에 맞게 갖춰 입는 것도 예의", " 국회의 격을 떨어뜨린다" 정도는 점잖은 편. "소개팅 나가냐" "다음엔 더 야하게 입고 나와라"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엔 비난과 성희롱이 꼬리를 물었다.

17년이 지났는데 논란은 판박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 한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유는 류 의원이 무릎위 길이의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복장논란이 일자 류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도 캐주얼 복장을 입고 다녔는데 본회의 마지막 날 복장이 논란이 되어서 놀랐다"며 "장례식장이나 그런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이고 저는 입법 노동자인데..."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주눅이 든다거나 그런것은 아니고 패션테러리스트가 되지는 않아야 겠다 정도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고 "일터에서 일하기 편한 복장을 입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터에서는 당연히 일하기 편한 복장을 입어야 한다. 입법노동자라는 표현처럼 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편한 복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피스라는 치마복장이 과연 일하기에 편한 복장일까. 게다가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등원한 4일.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비 피해가 심각했다.

지난 4일 하루 동안 철원 지역에는 200mm 이상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고 인명 피해도 4일 오후 4시 30분 기준 사망 14명, 실종 12명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이재민이 629세대에서 1000명을 넘어섰다.

내 가족이 또는 내 이웃이 비 피해를 당해 목숨을 잃는 등 심각한 자연재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 여름 휴양지 룩과 흡사한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의 류 의원을 보고 국민들의 마음이 과연 편했을까.

류 의원이 '어이없는 여론몰이', '꼰대' 등이라는 공격적 대응보다 겸손한 청년국회의원의 모습이 먼저였으면 논란이 이리도 오래가지 않았을 것 같다. 류 의원이 앞으로 욕을 먹더라도 이슈가 되어야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의 정치인일지 정책과 발의 법안으로 유명해지는 국회의원이 될지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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