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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8] 그 송곳을 잊고 산 역대 대통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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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8] 그 송곳을 잊고 산 역대 대통령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8.19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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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1961년생)
경기 의왕 출신으로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이 시는 조곤조곤 읽으면 특별한 해설 없이도 쉬 이해될 거라 생각된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한 뒤 아프리카 서해안 절해고도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된다. 6년 동안 머무르다가 죽기 전에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란 말을 남긴다. 나폴레옹은 적장(敵將) 웰링턴을 우습게 보고 전투가 벌어지는 날 아침 예정된 출전 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게 일어난다. 그런데 전투 중 뜻하지 않게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나폴레옹이 자랑하는 대포는 무용지물이 되고 결국 패배하고 만다.

만약 나폴레옹이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 전쟁에 임했다면, 즉 비 내리지 않는 상태에서 치렀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게다. 잠시 방심한 틈에 나폴레옹으로서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천추의 한이 되었으니 그런 말이 절로 나왔을 게다.

이와 반대의 경우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39대, 1977~1981년) 몇 년 전 기사에서, 현직에 있을 때 가장 정치를 잘한 대통령 순위에서 꼴찌에서 다섯 번째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직을 떠난 뒤 전직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일을 한 최고의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평소 그의 성격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앞두고 ‘왜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다. 책 내용은 청년 시절 해군 대위였을 때 함장으로부터 갑판을 깨끗이 청소하라는 명령을 듣고 다른 일이 있어 적당히 했는데 나중에 점검하러 온 함장이 그에게 묻는다.

“카터 대위, 청소를 다 했는가?”, “넷!”, “그럼 최선을 다했는가?” 그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잠시 머뭇거리자 함장이 이렇게 야단쳤다고 한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그 말이 그의 머릿속을 울리면서 삶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 그는 어떤 일을 앞두고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고

카터 대통령은 자신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던 모양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을 찍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모든 일을 내려 놓는데 반해 그는 대통령의 짐을 죽을 때까지 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력, 전직 최고의 대통령이란 존경의 말을 듣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겪는 고통과 불행을 시대와 환경을 핑계 삼아 원망한다. 하지만 내가 당하는 고통과 불행은 대부분 내가 만들어놓은 결과물이다. 해선 안 될 행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빨리 결정해야 할 때 그 시기를 놓치거나, 최선을 다해야 할 때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그리된 것을 생각지 않는다.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불행이라는 보복, 이 보복의 뒤에는 충고의 송곳이 숨어 있다. “자만치 말라는, 마음 낮춰 살라는, 불행의 우물을 잘 들여다보라는” 송곳, 그동안 우리는, 특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그 송곳을 잊고 살았는가 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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