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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사(檢事)의 검사(劍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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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사(檢事)의 검사(劍士)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2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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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됐다. 검찰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기이한 일이다.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당당히 3위에 랭크됐다. 지난 6월 조사에서는 1%에 그쳤으나 두 달 만에 9%까지 상승했다. 범야권에서는 1위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 한마디는 물론이고 비슷한 행보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북치고 장고치고’를 하는 동안 그의 주가는 점점 올라갔다. 범여권에서 지나치게 미워하는 것도 그를 정치인으로 등장시킨 원인 중의 하나다. 오히려 미워하면 할수록 그의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다. 아직 현직 공무원의 신분이고 임기도 1년여 남은 상태에서 그가 정계에 입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뒷받침 하듯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그를 대선후보로 등장시키고 선호도까지 조사하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직은 아무 의미가 없는 듯싶은데 많이 앞서가는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하니까 덩달아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는 게 요즘의 세태다. 지조도 없고 방향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17일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정치적 치우침이 없고 강직한 인물로 평가되던 윤 총장은 지명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여권은 윤 총장의 지명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강단이 충분히 되어 있기 때문에 정권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될 사람이 아니라며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입김에 더 크게 흔들리는 코드검찰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청문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퇴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7월25일 그를 대한민국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총장은 1961년 서울 출신으로 아홉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34세의 늦은 나이에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대구 강릉 성남 부산 광주 등에서 검사생활을 했고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과 현대자동차 비자금사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등을 성공적으로 수사해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등으로 적폐청산의 주역이라 불릴 정도로 현 정권으로부터 두터움 신임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청와대와 여권의 적이 되고 오히려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에 배신을 한 것도 아니고, 야권의 편에 서서 수사지휘를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문제는 지난해 8월9일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되면서 부터다. 조국 지명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책임질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9월 그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 달여 만인 10월14일 국민적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후 최악인 30%대까지 떨어졌으며 임명이 잘못됐다는 여론과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절반을 넘었다.

검찰총장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과 고소 고발사건이 발생하자 당연히 조사를 해야 했다.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는 사건에 대해 현직 검찰총장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칭찬 일색이던 민주당은 석 달도 못가 그를 적폐청산과 개혁의 대상이라며 공격했다. 말을 바꿔도 어쩌면 저렇게 노골적으로 할까. 내편을 안 들었다고 하루아침에 변심하는 정치인들을 볼 때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가야 하나. 부끄러운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진보논객도 청와대와 여권을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특히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여권의 한 국회의원은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권력을 이기려고 한다”며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의 한 대학교수는 “문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개라면 대통령도 개라는 건가”라며 반문했다.

검사(檢事)는 어느 직위보다 공정하고 어느 직종보다 정의로워야 한다. 권력에 충성해서도 안 되고 권력에 칼을 겨누어서도 안 된다. 공정과 정의를 위해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 검사의 길이다. 이런 검사에게 검사(劍士)의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선출직이라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전국 2000여명의 검사를 지휘하는 검찰조직의 수장이다. 많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바라고 있다. 임기동안 검찰개혁을 완성하기는 어렵겠지만 토대는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검찰청법 제12조에 따라 2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시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기 위해 임기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임기를 끝까지 채운 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지금의 총장도 정권의 입맛에 어긋난다고 중도에 사퇴해야 하는가. 이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있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이 적임자라고 임명한 만큼 그에게 더 큰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그는 대통령과 국민의 여론에 따라 적절한 개혁을 실천할 것이다. 만약 그에 대한 미움과 비난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그는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어떤 외압과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본인의 길을 가는 듬직한 총장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그런 총장에게 정치인의 길을 열어줄 것인가. 비난하면 할수록 그는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전략을 바꿔 말 그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만큼 정의롭고 당당한 검찰이 되도록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것은 여권이 몫이고 국민의 바람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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