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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의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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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의 봉사활동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8.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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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올해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기록인 2013년의 49일을 54일로 경신하며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긴 장마만큼이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에 참여하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조속한 재난지원금 지급과 현실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로지 수해복구를 위한 민생정치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당지지율을 염두에 둔 치열한 정치의 연속이었다.

공자가 제시한 사람을 관찰하는 방법은, 먼저 그 행위를 보고, 다음은 어떤 동기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를 살펴보고, 진정으로 기꺼운 마음에서 한 행위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사람이 어찌 자신의 속마음을 숨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드러난 행위 이외에 그 동기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측은지심이나 즐거워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늘 남의 행위에 대해 의심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 정당은 이번 수해복구현장에서 자신들만은 보여주기식 복구현장 방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족하나마 진정성이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수해복구현장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활동은 과거의 모습과 다르기는 했다. 우선 같은 색깔의 정당 유니폼이나 양복이 사라지고, 높은 어른들의 수해현장 방문에도 의전으로 인한 불편함은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수해복구현장 방문 인증샷도 많이 줄어든 느낌 받았다. 이번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사진을 올리는 자의 의도와 그 사진을 보는 자의 해석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하지만 사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진 속 인물의 모든 활동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장마에는 모처럼 여당과 야당이 수해복구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현실적인 피해복구 방안에 대해서는 각자가 자기주장만 할 뿐 서로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것이 위선자가 선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일 것이다. 사람들이 그 이면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그럴듯하게 궤변으로 포장해서 남의 이목을 속이려 드는 행위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게 되고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특히 공인의 경우에는 국민들은 더욱 화가 치밀게 된다. 예컨대 2017년 7월 봉사활동을 위해 청주 수해 현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황제 장화 논란이다.

당시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는 대신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현장을 찾았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준비된 장화를 신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장화를 신은 게 아니라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신겨줬다. 봉사활동 시간도 45분 늦게 현장에 도착해서 실제 작업한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이날 자신의 봉사활동을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해 보는 삽질이라 서툴렀지만 흡족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는 봉사로서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민폐만 끼친 것이다. 올해 장마는 유난히도 길고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그 피해가 엄청나다.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이 경기도 안성의 한 수해현장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허나 수해복구를 도왔다기엔 옷차림과 신발이 누가 보아도 너무 깨끗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정의당에서는 심 대표가 보여주기식 봉사를 한 게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긴급복구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못되면서 민폐만 끼친 예견된 결과가 입증된 것이다.

또한 청와대가 ‘문의가 많아 알려드린다’며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해 복구 현장 봉사활동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이 사진을 두고 여당 인사들이 김 여사 ‘예찬경쟁’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그 어떤 퍼스트레이디보다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썼으며, 민주당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노웅래 의원이 김 여사와 2017년 허리케인 하비의 상륙으로 멜라니아 여사가 하이힐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등장한 재난패션을 비교하며 ‘클래스가 다르다’는 찬사를 보냈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도 김 여사의 ‘진짜 봉사’라고 칭찬했고,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며 측은지심을 구비한 분에게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떤 이들이 청와대에 김 여사 봉사를 문의해서 사진을 올렸는지 모르지만 눈치 살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런 얄팍 아부성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행위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른다.

봉사는 음덕(陰德)의 일종이다. 누구라도 봉사활동을 여러 통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이미 ‘봉사’로서의 가치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열심히 복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피해상황을 점검하여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여당과 야당이 함께 협의하는 모습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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