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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권력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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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권력과 돈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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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가 살만해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난과 굶주림의 역사라고 할 만큼 수천 년을 빈곤으로 살아왔다. 일제 식민지와 6.25를 겪은 초기 단계의 대한민국은 더 어려웠다. 미국의 원조 없이는 산업시설은 물론이고 먹을 것도 걱정해야 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정치적 갈등과 충돌은 예나 지금이나 수준급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평화모드가 조성되자 세계 각국은 경제개발에 집중했다. 독일 일본 등은 미국의 지원으로 금방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전쟁과 식민 지배를 받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였다.

평균수명이 40세를 겨우 넘겼으며 식량과 자원 등이 늘 부족했다. 197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성 평균수명이 58.6세이고, 여성이 65.5세인 것을 감안하면 후진국 수준의 모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남녀 평균수명이 83세를 넘었고, 수명을 걱정하는 나라가 아닌 노화를 걱정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좌우 이념대결 등 정치적 갈등은 선진국 못지않았다. 오죽했으면 1946년 몽양 여운형 선생이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들어 정치 사회적 통합을 추진했을까. 해방 직후의 일이지만 이 마저도 1년을 넘지 못했고, 좌우의 대립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나지 않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념과 사상이 투철하게 무장되어 있었을까? 본인의 정치적 철학과 가치관은 분명했을까?

당시의 상황은 사상과 이념의 대결 보다는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다. 70년이 지난 요즘 여여가 극한 대립을 하고 진보와 보수 등 진영논리로 갈라져 있는 모양새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민주화와 독재타도를 외치던 야권 인사들은 대부분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민주인사가 투옥됐지만 권력을 두고 국론분열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였다. 지금은 민주화도 아니고 이념투쟁도 아니고 완전히 ‘내편 니편’으로 갈라섰다. 한마디로 권력층과 비 권력층의 대결구도이다. 국민통합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전직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자살하거나 감옥으로 가는 것이 역사가 됐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만 자연사 했을 뿐 나머지 대통령은 대부분 퇴임 후 불행한 삶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으로 보내졌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퇴임 후 감옥에 다녀왔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이고 국민을 대표하던 대통령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대통령들의 퇴임 후 진로를 두고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역사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세계는 이미 이념과 사상논쟁에서 벗어나 경제 실리주의로 가고 있다. 이제야 국민소득 3만 달러를 겨우 넘은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는 사상과 이념을 두고 심하게 충돌했다. 1919년 러시아 볼세비키혁명 이후 국제공산주의 조직인 코민테른이 유럽과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진출했다. 당시 세계는 자본주의를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내세운 공산주의가 팽팽히 대립했다. 이른바 미국과 소련을 대표하는 동서냉전체제가 극하게 충돌한 것이다. 군사력의 우위를 위해 핵무기 개발과 제3세계지원 등을 통해 세 확산에 주력했다.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극한 대립이 펼쳐졌으며 마치 미소의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동서냉전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돈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세계는 과거와 달리 물리적 충돌보다는 경제 등 지식산업의 전쟁터로 변했다. 유토피아 건설과 만인의 평등을 외치던 공산주의는 몰락하고 인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주력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아무리 이념이 좋다고 해도 배고픔과는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11개의 독립국가가 탄생해 경제적 자립을 추진하면서 전파력은 매우 컸다. 이웃인 중국과 동유럽 국가들도 경제건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과 일부 공산권 국가들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20여년 만에 경제적 안정을 가져왔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독재자’가 없었고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는 사회주의 모델을 유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자본과 시장의 자유화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권력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아마도 돈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권력을 좋아하는 정치인보다 비 정치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더 올려 국민에게 나누어 주는 눈가림식 포퓰리즘은 안 된다.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이다.

‘꽃과 열매는 함께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꽃을 가진 권력자가 열매마저 가지려고 한다면 국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강남좌파라는 꽃과 열매를 가지고 사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대통령은 한국사회에 권력층과 비 권력층으로 나누어진 대결구조를 조속히 정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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