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칼럼] 맬서스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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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맬서스의 덫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8.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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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출산율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209조원이라는 막대한 복지비를 들여 출산율 증가를 추진했으나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통계를 시작한 1950년 5.05명에서 출발한 합계출산율은 1955년 6.33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후 우리나라 출산율은 감소하기 시작해 1973년 4.07명이고 3년만인 1976년에는 3.0명으로 줄었다.

물론 이 기간에는 정부의 산아제한정책도 한 몫 했다. 오죽했으면 정부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했을까. 이러한 산아정책 덕분에 합계출산율은 점점 감소해 1983년에는 2.6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결혼 감소와 함께 출산율 감소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2017년 합계출산율은 겨우 1.05명을 유지했으나 2018년에는 0.98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는 0.8명대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올 상반기 0.6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할 때마다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미제가 됐다.

인구는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을 말한다. 경제활동의 기본이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동인구가 많은 유명 관광지의 경우 거주지 인구보다 외지인들의 경제활동이 지역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일부를 제외하고 관광으로 지역경기가 살아나고 관광산업이 그 지역의 주축이 되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몇 명이냐에 따라 그 지역의 경제활동이 판가름 난다. 흔히 대도시와 도시 농촌으로 구별되는 도시형태로만 봐도 인구규모가 절대적이다.

그렇게 중요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지역의 경제규모도 현격히 축소되고 있다. 인구 10만 명 미만인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은 상권 붕괴와 함께 인구 절벽으로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사람이 있어야 장사가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지역의 출산율 증가로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출산율 감소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사회적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지역의 인구증가는 출산율 제고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다. 기업의 지방이전과 신규기업의 지방창업을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 신규기업이 창업되고, 공장이 건설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 주요 지역에 물류단지나 물류 거점도시를 만들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정부가 물류단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물류비용 걱정 없이 경영에 집중하게 되고, 그 지역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활동도 활발하게 된다.

아울러 인구증가로 인한 교육 의료 주택 복지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역별 학교육성 방안을 마련해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데도 정부가 안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시설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전국 어디에서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점 병원을 지정 운영해 정부에서 보조해야 한다.

지방 육성 대책은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은 많은 경험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숙의하기 바란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정치권과 고위 관료들은 서울에서 머무르지 말고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좋은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산업혁명 이전의 경제적 순환구조는 새 왕조가 들어선 이후 초기에는 태평성대로 인구가 증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금납부가 어려워진 소작농들이 농지를 관료에게 팔지만 정부의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다.

관료들의 농지는 면세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하면서 민심은 극도로 혼란해진다. 그리고 인구증가로 인해 기근과 질병 자연재해 등으로 민란이 발생해 사회는 불안해지고 정권은 몰락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는 한정돼 있어 상당수는 굶주릴 수밖에 없다.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노동력이 증가해도 토지 당 단위생산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구촌의 상당수 인구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사이클은 2020년 지금에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맬서스의 덫(trap)이라고 한다.

1766년생인 맬서스가 33세에 ‘인구론’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지만 현재 우리나라도 조금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난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이 소멸되고 국가경쟁력이 줄어들면 위기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맬서스의 덫에 걸려 지나친 복지비 지출과 인구감소로 지방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해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사회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조명해 보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라고 본다. 정부에서 깊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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