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19] “우리 다시 한번 용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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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19] “우리 다시 한번 용기를 갖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9.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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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시인(1964년생)
충북 청주 출신으로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현재 시를 쓰며 ‘숲 생태 전문가’로 활동

<함께 읽기> '죽은 듯한 고목(枯木))에서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죽은 나무에서는 꽃은 절대로 필 수 없다.

죽은 나무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 맺힘은 다 생명을 이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해설이 없어도 쉬 이해될 게다. 살아 있는 고양이의 콧등에 난 상처는 시간이 가면 아물지만, 생명이 없는 긁힌 구두코는 구두약을 정성껏 발라도 원상태로 회복되진 않는다. 누구나 다 아는 이런 상식을 갖고 한 편의 시를 만들어냄은 그만큼 발상력이 뛰어나다는 말이 되겠다.

“아무리 두꺼워도 / 죽은 가죽은 아물지 않는다 / 얇아도 산 가죽은 아문다” 시인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이 세 시행에 담겨 있다 하겠다.

살아 있다는 말, 살아 있어야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말, 죽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 그래서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또 한편 다르게 읽어보면, 살아 있는 존재는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법을 안다.

뼈가 부러지면 쉬 낫지 않으나 다 나은 자리는 원래보다 훨씬 더 단단하다. 우리 마음도 그렇다 하겠다. 한번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치료 후에도 흔적을 남기지만 그전보다 한층 성숙하게 돼 있음을...

시인이 시를 발표한 연도는 나와 있으나 이 시를 쓴 계절은 나와 있지 않다.  추측건대 아마도 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지난 겨울 얼어 죽었거나 말라죽은 나무에서는 새움이 돋지 않지만, 죽은 듯이 있을 뿐 죽지 않은 나무에선 움이 돋아나오니까.

첫머리에 언급한 '죽은 듯한 고목(枯木))에서 꽃이 핀다'는 말을 다시 한번 돼 새겨본다. 곤궁한 처지에 빠졌던 사람이 위기를 극복, 행운을 만나서 잘 되는, 즉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죽은 가죽은 아물지 않고, 얇아도 산 가죽은 아문다.

혹 희망이라는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건만 내가 죽은 가죽이라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하며, 우리 살아 있음에 다시 한번 용기를 갖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다 보면 코로나 정국이 사라지고 건강한 세상이 새 움트듯 돋아난다는 희망을 갖자.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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