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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4313년은 배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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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4313년은 배고팠다’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9.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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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는 흔히 오천년의 역사라고 한다. 예수님이 탄생한 것을 서력으로 해서 올해가 서기 2020년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오천년이 아니다. 단군기원을 적용하더라도 올해가 4353년이다. 오천년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단군기원은 줄여서 단기라고 한다. 단기는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1948년 9월25일 공용연호로 사용했다. 대한민국 법률 제4호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때문에 나이가 많은 70대에서는 단기가 익숙해져 있으나, 60대 이하는 서기가 익숙하다. 요즘은 서기라는 표현도 안하고 곧바로 연도를 표기한다.

단기는 산업화와 세계화에 발맞춰 1961년 12월2일 관련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고 개정하고, 1962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단기는 이날로부터 공식 폐기되고 서력이 공용연호가 됐다. 우리의 역사는 서력에서 2333년을 더하면 된다. 단기는 1962년 폐지되기는 했으나 우리 민족의 유구함을 실증해 주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지금도 단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호는 북한의 경우 김일성 탄생일인 1912년을 기점으로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있고 대만과 일본 이슬람 등에서도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부터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해 대한제국에는 ‘광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연호는 권위의 상징이었으나 민주사회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올해 정확히 435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배고프지 않은 역사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먹고 살만한 것은 겨우 40여년에 불과하다. 1980년이 지나서야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먹을 것 걱정 없이 살기 시작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4313년은 배고픈 역사였다. 수천 년 동안 굶주림을 반복했던 가난한 나라였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통계는 1897년 대한제국시대부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897년 국민 1인당 소득은 550달러였다. 해방 후 1950년에는 3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6.25 전쟁이 끝난 후 국민소득은 254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1960년 1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1970년 2309달러, 1979년에는 1만841달러로 집계됐다.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리 국민들은 먹을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89년 2만560달러를 넘어서면서 많은 국민들은 정치에 참여했고, 노동문제와 삶의 질 문제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안정되고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는 2018년 3만 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많다. 전 세계 77억 명의 인구 중 8억2000만 명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중 1억6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왜소증을 앓고 있으며 동아프리카는 전체 인구의 31%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일부 국가는 물가상승과 독재정치 등 세계에서 최악의 정치적 혼란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해 5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본국을 빠져 나가고 있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지도자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좋은 복지국가 중의 하나였다. 세계 1위의 석유매장량을 바탕으로 교육 식품 의료 토지 주택 등의 복지를 나라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말 그대로 지상 낙원이었다.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지 않아도 석유판매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다 보니 산업인프라가 발전하지 않아 생필품 등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국제 석유가가 하락하고 국민의 복지기대감이 커져 있던 베네수엘라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차베스 정권은 생필품 가격을 국가에서 강제로 책정하자, 기업은 이윤이 발생하지 않아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기업을 국유화 하고 화폐를 대량 발행했다. 화폐발행으로 물가는 연간 1000만% 이상 상승하고 최저임금도 3000% 이상 인상됐다. 나라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경제가 이렇다 보니 부패공무원이 속출하고 정권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차베스 정권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기초 생활 보장은 잘했지만 장기집권을 위해 과다한 복지비 지출로 경제가 완전히 몰락한 것이다.

 우리가 먹고 살만한 게 어찌 정치인들의 덕분인가? 많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을 교육시켜 이제야 겨우 살만해진 것 아닌가?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통은 심했고, 독재가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고통도 길어졌다. 이제야 겨우 안정된 나라지만 세계는 실리주의 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우리는 산업화 이후 몰락하는 나라도 보았고, 지나친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가 부도위기의 나라도 보았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나라를 잘 만들어야 한다.   권력을 탐하면 권력은 점점 멀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권력을 줄 것이다. 명심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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