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칼럼] 독존의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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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독존의 쾌락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9.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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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구성원이 있지만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과거 농경사회 중심으로 형성된 대가족 사회가 무너지고 핵가족 시대로 변했지만, 지금은 이마저 무너지고 1인세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세대 가운데 1인 세대 비율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2인 세대, 3인 세대, 4인 세대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것을 말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외롭다는 단점도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매개체도 많다. 주변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가족과 지인이 있고, 혼자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행 레포츠 등의 시설이 넘쳐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독립된 공간과 자유로움을 선호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6월말 기준 우리나라 1인 세대는 876만 세대이다. 전체 2279만 세대 중 38.5%를 차지하고 있다. 10가구 중 4가구가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전체 가구당 평균 구성원은 2.4명에 불과하다. 몇 년 전만해도 혼자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나 이젠 사회의 트렌드가 됐다.

결혼을 늦게 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이혼율의 증가와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하려는 젊은 층의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독거노인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약간 많다. 여자는 48.5%에 그쳤으나 남자는 무려 51.5%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나홀로 세대’는 31%에 그쳤지만 매년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얼마 되지 않아 전체가구의 절반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인세대가 많아지면서 편의시설도 개인화 소형화 되고 있다. 과거 부유층의 상징이었던 초대형 아파트 건설은 줄어들고 1인 세대를 위한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0평 안팎의 오피스텔이 도심지 곳곳에 신축돼 젊은이들 사이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인세대를 위한 소형 실버타운도 도시와 농촌에 많이 건립돼 시대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생활공간도 가족 중심에서 자기만족을 위한 개인취향의 선호로 바뀌고 있다. 음식점에서 혼술족과 혼밥족을 보는 것은 이젠 흔한 일이다. 1인 세대를 위한 스마트 기술이 발달돼 집에서도 어지간한 것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해결할 수 있다. ICT기술이 발달되고 실용성과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거나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때문에 1인세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km를 자전거로 달렸다. 5박6일간의 긴 여정이었지만 혼자 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난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는 건강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 정신력이 내게 있었다는 것에 행복했다.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넘어선 쾌락이었다. ‘독존의 쾌락’이라고 생각한다. 행복과 행운을 넘어 혼자 즐길 수 있는 쾌락이 있기 때문에 완주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바다로 향하는 대장정은 힘들 수밖에 없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경사가 높으면 끌었고, 바람이 불면 쉬면서 갔다. 힘든 오르막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내리막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간쾌락으로 이어진다. 땀으로 적셔진 고통의 순간을 시원한 바람으로 씻어 내리는 쾌락이야 말로 최고의 순간이었다. 마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인생과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단체로 인천에서 부산까지 라이딩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선 개인 간 체력 차이로 수백km를 동시에 갈 수 없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장거리 라이딩은 혼자 즐기고,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독존의 쾌락’을 즐기는 것이다.

20세기 말 ‘보보스(bobos)족’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 ‘보보스족’은 보헤미안과 부르주아의 합성어이다. 보헤미안과 히피족의 자유로운 정신과 자본가들의 물질적 토대가 배경이 됐다. 이들의 특징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생활을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오렌지족과는 거리가 있었다.

보보스족에 이어 21세기 초에 등장한 것이 ‘웰빙족(well being)족’이다. 웰빙족은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건강한 삶과 맑은 정신을 우선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들을 종합할 때 지금의 1인 세대는 육체적 자유로움과 정신적 건강이 함께 한 ‘독존의 쾌락’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몸은 혼자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즐거움이야 말로 진정한 ‘독존의 쾌락’인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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