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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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9.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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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국가 부채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는 물론 세계경제가 많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민생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경우 이익은 물론 월세부담도 어려워 폐업이 속출하는 등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한 축이 붕괴되기 직전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재난지원금을 마련해 각 세대에 나눠주고 있으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일시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마저 끊기면 서민 경제는 더 붕괴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재난지원금을 받지만 공시지가 상승과 부동산법 개정 등으로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퇴직 고령자와 일정한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세 부담으로 집을 내 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다.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현상이다. 또한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고령농업인 등은 삶 자체가 더욱 피폐화됐다.

서민들의 삶이 이 지경인데 나랏돈을 만지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는 큰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8월20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잔액은 1637조3000억원이다. 2002년 4분기 통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재 전 카드사용금액까지 더한 포괄적인 빚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카드 사용과 대출금을 합친 것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873조원이나 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빚을 내 아파트 매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국가부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본예산을 기준으로 국가부채는 740조8000억원이었으나 올해 3차 추경예산기준으로  840조2000억원까지 뛰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위험한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이 기간 37.1%에서 43.5%까지 치솟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내년에도 수십조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부채비율은 50%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이미 2021년 당초예산에서 90조원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국가부채 규모는 945조원이 된다. 2010년 400조, 2015년 600조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1인당 국민부담세액은 해마다 증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15년 771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14만원으로 늘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고, 경기침체로 세금을 못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8월 정부는 강원도 태백시를 전국 최초로 ‘재정위기단체 주의등급’으로 지정했다. 당시 태백시의 부채규모는 34.5%였다. 태백과 함께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기초 광역단체가 주의등급을 받았다. 그 중 태백시의 재정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다행이 1년여 만에 위기단체 지정이 해제되긴 했지만 ‘부도위기의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은 치욕이었다. 정부는 당시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 넘으면 주의단체, 40%가 넘으면 심각단체로 지정했다. 태백은 오투리조트 채무보증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부채비율이 43.5%를 넘었다. 정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정한 기준을 적용하면 대한민국은 재정위기 중에서도 ‘심각단계’인 것이다. 물론 국가 부채비율과 지자체 부채비율을 동일시 적용하긴 어렵지만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예산규모를 8.5% 늘려 편성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금징수가 올해보다 어려워지고 경제성장도 1% 안팎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슈퍼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나 혼자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어렵고 세계가 어렵다. 이럴 때 정부에서 국민을 설득시켜 어려움에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참여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재난지원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관료라면 국가경제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니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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