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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슬기로운 추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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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슬기로운 추석생활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09.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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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우선 언론과 SNS를 통해 올해 추석은 고향을 찾지 말자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 간 접촉도 자제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류에 편승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추석명절 고향방문을 포기했다. 부모님에게 선물과 용돈으로 추석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역시 코로나19의 방지를 위해 도시에 있는 자녀에게 고향방문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실제 주변에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전통문화 풍속도의 대변화이다. 최근 사회변화에 따라 자식들이 시골을 찾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을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의 만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아마도 사회시스템은 물론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나라의 2대 명절이다. 과거에는 단오를 포함해 3대 명절이라고 했으나 농경문화가 축소되면서 단오는 크게 위축됐다. 추석의 유래는 과거 신라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때 6부의 여자들을 둘로 편을 나누어 베를 짜도록 했고, 8월 보름이 되면 베를 짠 성적을 가려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해 이긴 편에게 대접했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추석이고, 가위 한가위 추석으로 변했다. 추석은 신라와 고려에도 명절로 쇠었고, 조선시대에는 국가적 명절로 삼아 선대왕에게 추석 제례를 지낸 기록이 있다.

북한은 추석을 명절로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크게 보내지는 않는다. 북한의 4대 명절은 태양절이라고 불리는 김일성 생일(4월15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정권 수립일(9월9일), 조선로동당 창건일(10월10일) 등이다. 김일성은 1967년 봉건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추석 등 민속명절을 공식 폐지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다가 1980년대 후반 민속명절이 부활되고 90년대부터 공식적으로 추석을 쇠기 시작했다. 현재 남북한이 함께 하고 있는 공휴일은 신정과 설 추석 광복절 등이다.

추석 명절이 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벌초이다. 여름철 무성히 자란 잡초와 장마 폭우 등으로 무너진 조상의 묘를 정비하는 것이 연례행사이다. 매장문화가 많이 사라져 봉묘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윗대의 산소는 아직 봉묘가 많다. 추석이 다가오면 전국의 교통망이 정체되고 명절 못지않게 차량통행이 증가하는 것도 바로 벌초 때문이다. 벌초를 하는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이고 추석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장비율은 2019년 88.3%로 집계됐고, 아마 올해는 9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매장을 한 경우 분묘의 설치기간은 30년, 이후 1회에 한해 30년을 연장할 수 있다. 매장은 법적으로 최장 60년을 초과할 수 없고 이 기간이 지나면 묘지를 철거하고 화장한 뒤 봉안 또는 납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을 지키는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공원묘지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매장문화를 선호하는 유교적 사상 때문에 조상의 묘를 파 시신을 화장한다는 것은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초부터 매장문화가 화장 문화로 바뀌면서 화장이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과 전직 대통령 등이 잇따라 화장을 한 후 납골당이나 작은 묘지를 택했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일반인들도 이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99%가 화장이고 나머지 1%는 황족이나 특별한 경우에 한해 매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독교문화가 발달된 영국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매장문화가 아직도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점차 화장으로 바뀌고 있는 상태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좀 특이한 추석이 될 것이다. 그래도 명절이 다가오면서 설렘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몸에 추석이 오랫동안 자리 잡혀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는 추석이 되겠지만, 그래도 정은 많이 나눌 수 있는 명절이 돼야 한다. 평소 자주 왕래하지 않았던 친지 친구일지라도 이번 기회에 전화로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아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이 붐비는 추석연휴를 피해 부모님을 찾아보고 조상의 산소를 돌보는 것이 어쩌면 ‘슬기로운 추석생활’이 될 것이다. 매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몇 시간씩 운전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았던 사람들은 이번만큼은 자신만의 가족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우리에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명랑한 사회가 환원될 수 있도록 각자 조심하고 즐거운 추석연휴가 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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