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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을내음 중 으뜸이라...송이한담(松耳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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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가을내음 중 으뜸이라...송이한담(松耳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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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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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전 세계적으로 식용으로 가능한 버섯은 2000여종이다. 2000여종 버섯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최고로 귀하게 취급하는 것이 송이버섯이다. 향긋한 솔향과 부드러운 식감의 송이버섯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가을의 진미이다. ‘숲속의 다이아몬드’, ‘신비의 영물(靈物)’,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영약(靈藥)’, ‘버섯의 제왕’등은 송이버섯을 일컫는 별칭들이다.

송이버섯은 9~10월에 소나무 낙엽이 쌓이고,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며 물기가 잘 빠지는 토질에서 자생하는 버섯이다. 소나무 수령은 20~30년생에서 시작, 30~40년생에서 최대 생산되고, 50년생 이후에는 생산량이 감소한다.

송이버섯은 뿌리, 줄기, 잎의 구분이 없고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한다. 소나무 뿌리 끝 세근에 붙어사는 외생균(外生菌;ectomycorrhizal)으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 받으며 땅속 무기양분을 흡수해 그 일부를 소나무에 공급하고, 소나무와 공생하면서 자라는 버섯이다. 따라서 자연에서만 채취되며 인공재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죽은 소나무 밑에는 자생하지 않고 반드시 병충해가 없고 생육이 좋은 소나무에만 붙어서 산다. 송이의 ‘송’자가 소나무 송(松)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느타리, 팽이, 표고, 영지, 상황버섯 등은 죽은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이다.

송이버섯은 소나무가 많은 지역에 퍼져있다. 태백산맥(고성, 삼척, 양양, 봉화, 영덕, 울진, 안동, 문경 등지)의 동해안 쪽에 많이 자생한다. 북한은 함경산맥, 낭림산맥, 마식령산맥에 많이 자생한다. 특히 북한 칠보산의 송이버섯 맛이 좋다고 유명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국남부, 일본, 대만, 북아메리카, 알제리, 캐나다, 체코, 슬로바키아, 뉴질랜드 등지에 분포되어있다.

송이버섯은 최고의 진상품이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성덕왕에게 송이버섯을 진상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영조는 “송이버섯, 꿩, 고추장, 전복은 네 가지 별미”라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대로 왕에게 진상하던 귀한 식품이었다. ‘파한집(破閑集.이인로.1260년)’에서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함께 하고 복령(伏靈)의 향기를 가진 송지(松脂)라고 평했다. ‘목은집(牧隱集.이색.1404년)’에는 ‘친구가 보내준 송이버섯을 가지고 스님을 찾아가서 고상하게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송이버섯은 대표적인 진상품이었고, 중국 사신들에게 선물하면서 ‘송이버섯은 값이 아니라 정성’이라고 전하고 있다.

좋은 송이버섯은 완전히 갓이 펴지지 않은 것으로 갓과 줄기의 색깔이 너무 짙지 않고, 통통하고 신선해야한다. 맛있게 먹으려면 이물질만 털어내고 되도록 물로 씻지 말아야한다. 먹는 방법은 생으로 기름장(소금+참기름)에 찍어 먹거나, 세로로 넓게 잘라서 약한 불에 살짝 구어 먹거나, 소고기와 야채를 넣고 송이버섯 볶음, 장조림 등으로도 먹는다. 소고기와 송이버섯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송이버섯은 그윽한 솔 향과 맛이 매혹적이며 갖가지 질병 치료에도 효력이 크다. ‘동의보감(東醫寶鑑.허준.1610년)’에는 ‘송이버섯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위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고, 설사를 멎게 하고 기를 더하여 준다.’고 했다. 송이버섯에는 식이섬유, 단백질, 비타민B, 칼륨, 철분, 구아닌산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 성인병을 예방하며 고지혈증의 개선 효과가 있다. 기관지 계통의 기침과 편도염증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만성 또는 급성 설사, 천연두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산후 하혈에도 약효가 좋다. 특히 송이버섯에 들어 있는 다당류 성분인 글루칸(glucan)은 항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매년 가을에는 주산지별로 ‘송이버섯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양양, 울진, 영덕군 등지에서 송이버섯축제를 취소했다. 긴 장마로 줄어든 물량에 축제까지 취소되면서 송이버섯 채취 임가·농가(林家·農家)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각 지자체와 산림조합이 온라인 판매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추진한다지만 임가·농가들의 고충이 얼마나 덜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쪼록 깊은 산속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어렵사리 채취한 귀한 송이버섯의 참된 가치가 높이 평가되어 완판 되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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