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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옥의 풍차...지방의 청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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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옥의 풍차...지방의 청년들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0.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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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부가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고 마련한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개월이 넘었다. 부동산 3법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을 규정하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2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서울의 집값은 고공행진이다. 오히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있지만 부동산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3법은 지난 8월11일 공포와 함께 적용되는 것도 있지만 2021년부터 시행되는 것도 있다. 중요한 부분은 투기성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양도세의 경우 최대 72%까지 올렸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매입도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인상해 투기를 막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서민의 주택구입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처럼 서울의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더 오르거나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자 이번에는 소형아파트와 오피스텔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서민들이 기대고 살았던 빌라 오피스텔 등은 전세마저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좀 더 극한 표현을 하자면 살만한 거처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시장에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가격은 자율경쟁의 의해 형성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역시 정부는 시시때때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 또는 투기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를 비 피하듯 편하게 피해 다닌다.

최근에는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가 타깃이 됐다. 버스를 대절해 지방의 아파트를 마치 백화점 쇼핑이라도 하듯이 구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장에 가서 확인도 없이 아파트 사재기를 하고 있다. 동창회나 점심모임에서 ‘오늘은 어디의 아파트를 몇 채 샀고, 몇 억을 벌었다’고 하는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발표해도 이들에게는 그저 우이독경에 불과하다.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 근본목적이 치솟는 집값을 잡는 것이라면 현실 가능한 목표에 가이드라인을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달콤한 말들로 포장되지만 실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급조된 정책은 투기꾼들에게 놀림감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정부 정책을 피해 전국으로 활개를 치고 다니지 않는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부산 세종 대구 대전 등 광역권으로 이어진 투기바람은 최근 강릉과 속초 등 중소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다. 투기의 주체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수도권의 거주자들이다. 정부는 이들을 어떻게 잡고 막을 것인가? 장바구니에 주워 담듯 사들이고 있는 아파트는 품귀현상으로 아예 찾을 수 없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집값은 오르고, 오른 것도 모자라 매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방의 청년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거처지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부동산 3법으로 전세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그나마 있던 소형 아파트도 품귀현상과 함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1억 원 안팎에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형성되는 예금 이자는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100만원 벌려고 전세임대를 하는 사업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때문에 대부분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전세보다 수입이 더 많은 월세아파트를 내 놓고 있어 수입이 적은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정부가 청년 전세금 대출을 시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지방의 청년들은 정말 갈 곳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지옥의 풍차 돌리기라는 말이 있다.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일컫는 ‘하우스 푸어’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지만 늘어나는 세금과 이자상환으로 오히려 집을 내 놓아야 하고,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통화를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한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상승해 서민경제는 더욱 긴축 운영된다. 정부는 과다한 복지비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적 투자를 늘리지만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세수가 줄어들면 국가채무로 충당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은 2021년 우리나라의 현실이 됐다. 국가부채비율이 43%를 넘어 50%에 육박하면 그 빚은 누가 갚아야 하는가.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 정부가 시장경제 흐름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채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면 부동산 경기는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 서울의 집값 때문에 지방의 청년들의 고통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한심한 고관들의 깊이 있는 정책을 주문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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