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화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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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화제가 됐을까?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0.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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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길었던 2020년 추석 명절에 가황 나훈아 씨가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는 느닷없는 멘트에 정치판은 뜨겁다. 누구는 “그동안 트로트를 무시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개념이 있었다”고 했고, 누구는 혀를 차며 “영감이 난닝구 입고 애쓴다”고 했다. 추석 연휴를 달궜던 나훈아 공연을 보고 난 소감이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화제가 됐다.

나훈아는 15년 만에 출연한 방송에서 ‘가황(歌皇)’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추석 전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70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무대와 특유의 입담을 선보이면서 그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 시청률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3일 방영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 시청률은 전국 평균 18.7%를 기록했다. 부산에서는 23.8%로 집계됐고 서울도 20.5%, 대구·구미도 20%로 나타났다. 지난 9월 30일 방송된 본편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다음 날 시청률 조사 결과에서 29%로 집계됐다. 이날 나훈아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에서는 무려 38%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훈아의 공연 이후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수 없다”,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등 그의 발언을 두고 정쟁만 이어가는 정치권의 모습에 일침을 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여권을 향한 나훈아의 충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여권은 야권의 입맛에 맞춘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SNS에서도 정치권 인사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은유적인 표현 때문이었을까.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보니 논란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계속되고 있는 여야의 소모적인 공방과 대립으로 정치권은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이 나라는 여러분들이 지켰습니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등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세계에서 1등 국민입니다” 나훈아의 이 한마디에 국민이 위안을 얻는 현실이 씁쓸하다.

나훈아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른 데 있는 듯하다. 그건 생각 안 하고 좌우가, 여야가 서로 제 밭으로 물을 끌어가려고만 애쓰고 있는 것이다. 나훈아가 공연을 마친 뒤 KBS 제작본부장과 나눈 대화에 힌트가 있다. 그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유행가 가수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뭐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 마소.”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다. 가수는 가수로 남고, 그가 부른 노래로 남는 거지 또 뭐로 남겠느냐는 거였다. 거의 공자급이다. 공자 말씀이 다른 게 아니잖나.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느냐”는 제경공의 질문에 공자는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거다. 제 할 일은 안 하면서 남 탓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사회가 갈등하며 엇나가고 있는 거란 말이다.  

대학 가고 군대 가서 제 할 일 안 하고 틈만 나면 엄마 아빠 찬스만 기대하는 자식들이 있고, 제 자식을 위해 온갖 불법·편법 다 저지르면서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는 부모 장관들이 있다. 그런 불법·편법 찾아내 응징하는 게 제 일인데도 오히려 허물 덮고 사건 마무리하는 데만 혈안인 검찰이 있고, 국민의 대표로서 권력을 감시할 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권력의 대변인을 자임해 궤변을 늘어놓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그 자리에만 가면 필수코스로 배우는 건지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을 위로하긴커녕 오히려 속을 뒤집는 대통령이 있고, 그 자리에 가려면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건지 그 영혼 없는 화법을 따라 하는 여당 대표가 있다.

권력을 비판하느라 여권에 화살이 쏠리지만 야당도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어쩌다 정권을 잃고 국민의 눈에서 벗어나게 된 줄 뻔히 알면서도 몹쓸 과거와 결별할 줄 모른다.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고, 상대 실수라는 사과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하긴 제 할 일, 제 의무만 좀 잊으면 온갖 특권을 누리는 건 여당 못지않으니 아쉬울 게 없다. 그러니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나훈아는 이런 사람들이 득실대고 득세하는 우리 사회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경종을 울린 것이다. 콘서트 제목이 ‘대한민국 어게인’인 까닭이다.

가수가 노래 대신 예능에 몰두하면 가수 대신 방송인으로 불린다. 부모 찬스 자식, 불법 행위 장관, 권력 하수 검찰, 권력 대변 국회의원, 유체 이탈 대통령, 특권 향유 야당 의원… 나중에 이렇게 불리게 될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역사는 이들을 뭉뚱그려 간신이라고 기록한다. (부모 찬스 자식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훈아 말에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여야 좌우모두 제 할 일을 하면 된다. 공자 말씀이 좀 어렵다면 괴테가 좀 더 쉽게 말한다. “각자가 자기 집 앞을 쓸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청결해진다. 각자가 자기 할 일을 다 하면 사회가 할 일이 없어진다” 나훈아는 아무 뜻 없이 왕과 대통령을 말했는데 뭘 하다 들켜 제 발에 저린 것처럼 정치인들이 화들짝 놀라 펄쩍 뛰는 것이다. 2020년 추석에 대한민국 국민이 발견한 진짜 모습은 이것이다. 놀라운 발견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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