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잔꾀, 베를린에선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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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잔꾀, 베를린에선 통하지 않았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0.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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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잔꾀를 부린 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돼 철거를 보류하게 됐다.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독일의 흉내라도 냈으면 독일 베를린에서 망신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일본 군인들이 타국의 어린 여성들에게 극악무도한 짓을 숨기려고 반일민족 주의를 들고 나온 바람에 베를린 시민사회 단체들이 오히려 소녀상을 지키려는 움직임 강렬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일본이 ‘못된 짓거리’를 ‘한일 분쟁사안 프레임’을 조작해서 초기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베를린 사회의 반발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일본이 적극 개입하는 바람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문제를 알려 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옳은 말이다. 베를린 시민사회는 일본이 쳐놓은 반일 민족주의 프레임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고맙기만 하다.

우리 측은 반일구호 없이 전쟁 시 여성 성폭력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베를린 도심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낼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북한도 최근 일본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압박한 것에 대해 “철면피한 추태”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의 철면피한 추태가 가져올 후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역사는 부정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왜곡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거들고 나왔다.

한국은 일본의 강력한 로비가 베를린에서 전개되는 가운데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린 베를린 당국을 적으로 돌려세우지 않았다.

우리 측은 논리 전을 통해 토론과 협상의 길을 통해 철거명령 당시만 해도 암울한 상황을 국면 전환해 일본의 로비가 부메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측은 소녀상을 일종의 반일캠페인으로 몰아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적 분쟁 사안으로 홍보했던 것이다.

독일 사회는 나치시대에 아리안 민족주의가 전체주의로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역사의 교훈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미테구청의 철거명령 공문에는 소녀상의 비문을 문제 삼으며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다분히 일본 측 논리가 투영돼 있었다.

일본은 베를린 시민사회를 과소평가해 로비로 소녀상 철거 공문으로 성공한 듯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압박과 로비는 소녀상이 국제적이면서 보편적인 가치를 더욱 발현시켰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일본정부가 자책골을 넣었다’면서 ‘독일에서의 일본인 위안부 피해자를 알리는 운동이 베를린 시민사회를 풍요롭게 했다’고 평가했다.

베를린 시민사회에 자리 잡은 위안부 문제가 정치권·언론·학계 지원사격까지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9일 ‘세계 여성의 날’에 베를린 도심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나와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축제와 같았다. 시민들은 몸을 흔들면서 행진했다.

시위대의 선두에 선 트럭에서는 20대 교민여성 임다혜 씨는 마이크를 들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홍보하면서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한국 관련시민 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지역사회와도 소통해왔고 지역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교육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철거명령 사태 속에서 코리아협의회가 40여개 현지 시민단체, 지역시민들과의 연대를 자신했던 것은 이런 활동이 누적돼왔기 때문이었다.

예술계에서도 성명을 통해 ‘공공장소의 예술작품이 다른 국가 부의 압력으로 철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베를린자유대, 튀빙겐대, 라이프치히대 등의 교수진이 철거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언론도 미테구청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현지 신문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면서 ‘일본 정부는 오늘날까지 전쟁 책임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고, 자국을 전적으로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압력과 로비에서 비롯된 철거 명령이 베를린 시민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킨 데다 과거사를 덮으려는 일본의 잘못된 시도까지 홍보하게 된 셈이다.

철거 명령을 무위로 돌린다고 해도 소녀상의 전시 기한은 당초 1년이어서 연장을 위해선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협의 테이블을 통해 오히려 영구적인 전시의 길을 열 수도 있는데 베를린 여러 정당과 시민단체가 논의에 참여한다면 소녀상의 보편적 가치를 더욱 인정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영구히 전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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