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더의 판단
상태바
[칼럼] 리더의 판단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0.20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세상에 이럴 수가! 우리가 미개한 민족에게 당하다니!” 로마인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서기 9년, 로마의 정예 3개 군단이 게르만 민족의 한 종족인 헤루스케르족에게 전멸당했다.

토이토부르거(Teutoburger)라는 울창한 숲 속에서 벌어졌다고 해서 토이토부르거 숲 전투라고 불리는 전투에서의 참패였다. 이 전투는 칸나에 전투에서 한니발에 의한 로마군단의 전멸, 카레 전투에서 파르티아군에 의한 크라수스 로마군단의 전멸에 이어 로마의 3대 참패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서기 7년,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는 퀸틸리우스 바루스(Publius Quinctilius Varus)를 게르마니아 총독에 임명했다. 바루스는 판단과 성격적인 결함이 있었다. 오만하고 조급했다. 그리하여 로마제국이 지배하는 식민지인 게르만족을 얕잡아 봤다. 서기 9년, 10월 초 라인강 유역에 있는 게르만족이 폭동을 일으켰다.

바루스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직접 17·18·19군단, 약 2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했다. 그런데 그들 앞에는 토이토부르거의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서 바루스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감시 정찰대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적정이 불확실할 때는 미리 감시 정찰대를 보내어 자세히 살피는 것은 군사적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 부대를 숲 속으로 밀어넣었다. 왜 그랬을까? 상대를 너무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빨리 폭동을 진압해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로마군단은 넓은 지역에서 기동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전투대형으로 전투를 해왔는데 울창한 숲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게르만족은 숲 속에서 단단히 잠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동조차 어려운 로마군단을 향해 창을 던지고 활을 쏘며 짧은 시간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숲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뒤죽 박죽이 된 로마군은 결국에는 그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멸 하다시피 했다. 바루스와 고위급 장교들은 살아 남았지만, 잔인한 적에게 포로가 되는 것이 두려워 모두 자신의 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당시 역사가인 벨레이우스는 “거의 마지막 병사까지 마치 가축을 도살하는 것처럼 잔인하게 적에게 전멸을 당했다”고 기록했다. 이 서늘한 참패 소식을 들은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여러 달 동안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았고 머리를 문설주에 몇 번이고 쥐어 박으면서 이렇게 절규했다고 한다. “바루스여! 바루스여! 내 군단을 돌려다오!” 이 전투 결과 로마는 엘베강 서쪽의 게르마니아 공략을 단념했고, 로마의 게르만 정책은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 잘못된 성격 때문에 자신은 물론 부대 전체가 몰락의 길로 갔을 뿐 아니라 역사의 흐름까지도 바뀐 것이다. 리더의 판단은 이렇게도 중요한 것이다. 리더여, 내면의 소리도 듣자. 혹시 아는가, 당신의 그 잘못된 ‘판단’ 때문에 어디선가 피눈물 삼키는 소리가 나오고 있을지를...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