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택배기사들의 마지막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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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택배기사들의 마지막 절규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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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택배(宅配)는 우편물이나 짐, 상품 등을 요구하는 장소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일로, 집화처리와 간선상차, 간선하차, 배송출고, 배달완료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집화처리’는 택배기사들이 접수된 물건을 순서대로 수집해 특정 장소로 모으는 것을 말하고, ‘간선상차’는 수집한 물건들을 터미널 간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에 싣거나 싣고 출발한 상태, 또는 간선하차에서 분류된 물건들을 각 지역의 터미널로 보내기 위해 싣는 과정이다.

‘간선하차’는 대형차량에서 화물을 내린 상태로, 이후 택배가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분류하는 작업과 다시 간성상차 작업이 이뤄진다.

‘배송출고’는 목적지가 있는 지역의 터미널로 도착한 택배 상자들을 택배기사들이 작은 화물차에 싣는 단계로 ‘셔틀상차’라고도 하며 ‘배송완료’는 최종적으로 주문자에게 물건이 배달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택배 브랜드는 28년 전인 지난 1992년 한진에서 선보인 ‘파발마’로 일본 야마토 운수의 택배 사업을 벤치마킹해 국내 시장을 개척한 선두 주자였다고 한다.

한진의 파발마 사업이 확대되면서 ‘한진택배’라는 BI(Brand Identity)를 본격 활용하게 됐고,이후 여러 대기업들이 앞다퉈 택배 시장에 진출하면서 택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됐다.

택배기사들은 특수 고용직으로, 사업주로부터 일을 받지만 근로 계약은 맺지 않는 일종의 프리랜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근로 형태를 위해 도입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라는 지적이다.

평균 수준의 가계 소득을 위해 평균 이상의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구조로 계약 내용이 택배 회사에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고 배달 건수 당 기사에게 떨어지는 금액도 노동 강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즘 택배 근로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불합리한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월별 택배물동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3000만 개, 많게는 약 8000만 개 가까이 증가했고 이 같은 물동량 증가는 재해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택배 노동자 27명이 산업재해로 숨졌고 이중 13명이 올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업무량이 급증한 택배업계 종사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A씨가 근무 중 휴게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대형 트럭으로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한 A씨는 출근 후 20시간 동안 업무에 나섰고 퇴근 5시간 만에 다시 출근해 7시간 동안 근무하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사망 직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로젠택배 기사가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A씨를 비롯 지난 8일과 12일 각각 CJ대한통운 기사와 한진택배 기사가 숨지는 등 13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기지회견을 통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는 구조적 타살”이라며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데 재벌 택배사들이 강요하는 ‘분류작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노동부는 지난 8월 택배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현실에선 이뤄지지 못했다”며 “한 번이라도 택배 현장에서 그 선언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봤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인력을 즉시 투입하고 감시를 위한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8월 13일 고용부와 택배업계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하면서 ‘택배사와 영업점은 택배기사의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 시간까지 배송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등의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 사고와 관련 택배 회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위법사항 조사 등 긴급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통상적으로 내놓는 조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라며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며 “일시적인 지원을 넘어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인력 별도 투입과 노동시간 단축 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과 정부는 실효성 있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과 택배 이용자들이 함께 나서 사회적 감시를 위한 논의를 추진할 것 등을 요구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그들의 마지막 절규이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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