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칼럼] 우리 농업의 성공 키워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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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 칼럼] 우리 농업의 성공 키워드는 ‘이야기’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0.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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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인류역사는 다양하고 급격한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산업혁명에서 정보화 사회로 발전했다. 이런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농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 미래학자 덴마크의 롤프 옌센(Rolf Jenssen)은 앞으로의 인류역사가 첨단정보 사회에 뒤이어 꿈과 이야기와 같은 감성적 부각에 주목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1999년에 쓴‘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드림사회)’라는 저서에서 이야기, 감성, 상상력이 들어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승리한다고 예견한 바 있다.

예컨대 아이폰은 그냥 휴대전화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혁신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가 아닌 뉴요커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가 물질중심의 사회였다면 드림사회는 꿈과 감성이 중요시되는 문화중심사회다. 따라서 물질보다는 사람의 꿈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자산이 되고 이런 드림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상품의 사용가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 행복, 사랑, 믿음 등 관념적 가치를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다는 뜻이다.

이야기는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도 움직인다. 이야기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잘 나와 있다.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 페르시아의 왕 샤리아르는 매일 밤 여자들을 침실로 불러들인 다음날이면 처형해 버렸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중에 재상(宰相)의 딸 세헤라자드는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왕은 넋을 놓고 이야기를 듣다가 날이 밝아오는 것도 몰랐다. 왕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세헤라자드를 하루 이틀 계속 살려두게 되었고, 결국 천 일째 되는 날 그녀를 왕비로 맞아들였다. 그 후 왕은 그녀의 재능과 지식과 언변에 감탄하여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 악법을 폐하고 선정(善政)을 베풀어 왕국은 오래 번성했다고 한다.

농산물 판매에도 이런 이야기가 중요하다. 덴마크에서는 암탉을 자연 상태로 방목해 키우고 이 암탉에서 얻은 달걀을 시장에 팔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달걀이 전체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20%정도 더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생산된 친환경 달걀이라는 이야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상품 자체의 기능이나 효용은 물론이고 상품에 담긴 이야기가 어떻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과 전망 속에서 한국농업이 지녀야 할 감성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특산물 중에 하나인 DMZ 사과를 판매한다고 하자. 그러면 단순히 사과를 파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DMZ, 공해가 없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과를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사과를 어떠한 방식으로 재배했는지, 영양성분은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등을 알려준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또한 판매하는 이야기의 사이즈를 소비자 요구에 맞게 분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농촌체험의 이야기를 소(小)-중(中)-대(大)-특대(特大)로 나눠서 제공하는 것이다. 소(小) 이야기는 농촌체험에 대한 책자를 제공하거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중(中) 이야기는 가까운 농촌체험관을 찾아가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대(大) 이야기는 소비자가 직접 농촌마을에 가서 2박3일 정도의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땀을 흘리며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면서 노동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것이다. 특대(特大) 이야기는 귀농을 통해 농촌생활에 뛰어들어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제공한다.

이제 농업도 감성적 소재를 발굴하는데 정책추진과 예산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와 마케팅이 결합될 때 농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농업·농촌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많다. 우리 조상들이 영위했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발굴하면 모든 것이 이야기 거리이다. 자연과 공전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해 드림사회를 이끌 분야는 다름 아닌 농업이다. 더 나아가 농업·농촌을 그린소사이어티(green society;녹색환경사회)와 연계하면 지속 가능한 안정된 농업생산과 쾌적한 농촌이 이룩되며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을 지지하는 고품격 생명산업(bioindustry)으로 극대화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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