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국민들의 백신 불신(?)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국민들의 백신 불신(?)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0.29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전국에서 독감백신 접종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국민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인 ‘트윈데믹’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최대 3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한 올해 독감백신 접종 사업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상온 노출 사고, 백색 입자 발견, 단기간 사망자 급증 등 예민한 문제들이 너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

그 와중에 접종 여부를 둘러싼 정부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려 국민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질병관리청은 작년에 독감 예방접종 기간에 백신을 맞고 일주일 이내 숨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약 1500명이라는 수치까지 발표하며 백신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으므로 접종 중단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감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을 지키기 위해 접종한 독감백신. 독감백신 의심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예방접종을 앞둔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예방 접종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백신은 늘 공포와 거부감, 불안의 대상이었다. 지난 1721년 미국 보스턴에서 천연두가 번질때 천연두 백신의 대량접종이 시행되기까지에는 수많은 난제가 있었다 한다. 당시 사람들은 고의로 멀쩡한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발상에 펄쩍 뛰었다. 한 의사가 자신의 아들과 노예 등에 먼저 접종하고 안전이 확인된 뒤에야 접종이 시행됐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감, 거부감 때문이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독감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고 사망한 경우가 확인돼 백신 접종이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이에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같은 제조번호 백신을 맞고 복수의 사망자가 나올 경우 해당 제조번호 백신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당국은 최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고 복수 사망 사례가 발생한 독감 백신에 대한 사용 중단 조치를 논의하는 등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독감 백신을 맞고 많은 접종자들이 사망한 사례는 예년에 없던 현상이다.

특히 백신 ‘상온 노출’ 과 ‘백색 입자 검출’에 이어 사망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규모 접종 예약 취소나 연기 등의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독감백신을 맞고서 죽으나, 안 맞고 독감에 걸려서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냉소적인 농담이 등장, 유료백신 접종자가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신고 건수는 총 25건으로 한해 평균 2건을 약간 웃돈 수준에 불과하다.

발열, 구토 등 이상 반응 신고자도 예년의 2~4배 수준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접종 후 수 시간에서 사흘 사이에 숨진 것도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다.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은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과민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접종 후 급성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신속히 대처하고, 기저질환자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백신 접종을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들은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독감백신 주사를 맞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안정성 입증을 위해 독감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일주일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도 사망과 백신 간의 인과관계를 신속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숨진 고교생에 대한 1차 부검을 마친 뒤에는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아 사인이 미상”이라면서 2차 부검을 해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시 2차 부검을 한 뒤 이 학생의 사인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것은 질병관리청이나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닌 경찰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정보공개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정부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인위적인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공개만이 국민의 불안을 씻어낼 수 있다. 당국은 지난 9월 백신 상온 노출 당시에도 “48만명 분을 수거했고 상온 노출 백신을 맞은 국민은 한 명도 없다"고 했지만 수천명이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색 침전물이 발견됐을 때도 이미 1만8000명이 접종을 한 뒤에야 뒤늦게 발표를 해 빈축을 샀다. 이번에도 10대 청소년 첫 사망 사실을 사흘 뒤에야 공개했고 백신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다시 이틀 뒤에 공개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은 접종 기피로 이어진다. 이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창궐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이 기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면피성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백신 제조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 지 철저히 조사해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공개해야 한다.우리 정부도 백신이라는 기술의 유익함을 국민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기술의 사용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코로나19의 경우 정부를 믿고 국민의 대다수는 협력했다. 치명적일 수 있는 코로나19에 정책이 먹혀들어갔다. 이처럼 치명적 감염병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듯이 ‘독감백신 접종한 후 사망발생’에 좀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했다. 정부가 바로 이 점에서 소홀했기에 접종을 할 건지 미룰 건지, 기피할 건지 우왕좌왕하는 것이다.K방역을 잘 수행한 공을 인정받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지만, 혹독하게 겪은 메르스의 실패를 거울 삼았던 덕은 부인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독감 백신 사태를 거울 삼아 국가 백신사업의 단추를 처음부터 다시 꿰야 K방역의 공든탑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