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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이건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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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이건희의 편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0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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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아프지 않아도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아 보고, 목마르지 않아도 물을 많이 마시며, 괴로운 일이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번 살아 보세요.

돈과 권력이 있다 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운동하세요.

3000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주고, 5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 주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바로 건강한 몸이요.

건강에 들인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줄 사람도 역시 있을 것이요. 하지만 당신의 몸을 대신해 아파줄 사람은 결코 없을 테니, 물건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거나 사면되지만,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은 하나뿐인 생명이라오.

내가 여기까지 와보니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요? 무한한 재물의 추구는 나를 그저 탐욕스러운 늙은이로 만들어 버렸어요. 내가 죽으면 나의 호화스러운 별장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살게 되겠지. 내가 죽으면 나의 고급 진 차 열쇠는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겠지요. 내가 한 때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렸던 많은 것들......돈 권력 직위가 이제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할 뿐......

그러니 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너무 총망히 살지들 말고, 후반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아!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행복한 만년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해보세요.

전반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던 나는, 후반전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패배로 마무리 짓지만, 그래도 이 편지를 그대들에게 전할 수 있음에 따뜻한 기쁨을 느낍니다. 바쁘신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기를......힘없는 나는 이제 마음으로 그대들의 행운을 빌어줄 뿐이요.

삼성을 세계 초유의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으면서 작성한 글이다. 이 글은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사망 후 편지형태로 일반에 공개됐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1942년 경남 의령에서 출생한 이 회장은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그는 서울사대부고와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삼성물산 부회장을 시작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해 1980년 중앙일보 이사를 거쳐 1987년 삼성그룹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삼성의 창업자인 부친 이병철회장이 사망하자 삼성그룹의 수장에 올라 신 경영을 선포하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천재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로 삼성을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은 당시 한국을 대표할만한 수준의 기업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현대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최고 기업이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만든 인물은 이건희 회장이었다. 삼성전자는 초기 일본의 소니 캐논 등을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혁신을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경남 의령출신으로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제학과를 중퇴했다. 1987년 11월19일 77세의 일기로 사망한 그는 삼성그룹의 창업자이며 전자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현재 삼성과 신세계 CJ 한솔 중앙일보 등이 범삼성가로 통하고 있는 것도 이병철회장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산에서 협동정미소 사업을 시작으로 운수업에 진출했고, 1938년 대구 서문시장에 삼성상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가로 변모했다. 1942년에 조선양조를 인수하고 1951년에는 삼성물산을 설립해 재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3대 국왕 태종 이방원의 최고 업적은 세종이라고 한다. 즉 왕위계승을 첫째아들에게 한 것이 아니라 셋째 아들인 충녕대군에게 물려준 것이다. 충녕대군은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을 한글을 창제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두고 태종에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만, 고 이병철회장의 최고 업적 중 하나가 셋째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 사망한다. 그러나 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가는 후대가 평가하게 된다.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의 선량을 선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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