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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3] 정치는 별종(?)인간들이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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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3] 정치는 별종(?)인간들이 하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1.0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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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시인(여·1952년생)
경북 점촌 출신으로 1992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지금은 궁합을 보고 결혼하니 마니 하는 말이 안 나오지만, 필자의 결혼 즈음만 해도 결혼하기 전 궁합을 보는게 필수였다.

한 지인의 집안이 매우 엄격했는데, 미리 궁합을 보았더니 지금의 아내랑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쩔까 하다가 아내의 생년월일을 바꿔 궁합을 보았다고 한다.

지인의 아내는 실제 나이와 생일이 호적상의 내용과 달라 호적 생년월일로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결혼하고 40년을 넘게 잘살고 있으니 만날 때마다 그는 “궁합, 그거 순사기다!”라며 목에 핏대를 올린다. 필자는 “너희 부부는 겉궁합은 안 좋아도 속궁합이 좋은 모양이다”고 얼버무려 웃곤 한다.

둘째 행에 나오는 ‘기린과 워터벅’에서 워터벅이 어떤 동물인지 몰라 인터넷을 뒤졌더니 둘이 함께 살기에는 크기가 엄청 차이가 난다. 전혀 다른 종(種)이라 어울려 살기 어려워 보인데 둘이 한우리에서 사이좋게 산다니 정말 속궁합이 잘 맞는 듯하다.

“시베리아 호랑이와 아프리카 호랑이 / 같은 종인데도 쇠창살 사이에 두고 / 서로 으르렁대며 산다” 종(種)이 다른 기린과 워터벅은 함께 어울려 잘사는데 같은 종인 호랑이 두 마리는 으르렁대며 산다. 그렇다. 시인은 바로 호랑이를 우리 인간에 빗대고 있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싸우고,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싸우고... “앞에선 웃고 / 등 돌리면 이빨 가는 / 별종(?)인간들”

시인은 별종 인간들이라 했지만 결코 별종이 아니다, 싸우지 않는 인간이 더 드무니까. 고작 층간 소음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인간들인데. 선거판이 가까워지니 정치도 둘로 나뉘어 싸우고 또 싸운다.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니라 정치싸움의 계절이다.

“나와 너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일터에 나가는 길이건만, 그곳은 생산과 소비를 이끌어내는 곳이건만 싸움터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나도 끼어 있고, 너도 끼어 있다. 자연 속에 홀로 사는 소위 자연인이 아닌 한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정전도 휴전도 없이.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별종(?)인간)들의 싸우는 모습,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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