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칼럼] 세종의 농사직설이 다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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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 칼럼] 세종의 농사직설이 다시 필요하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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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의 창제, 과학기술의 발전, 압록강과 두만강지역에 4군 6진의 군사기지 설치로 확고한 조선영토수호 등 많은 업적을 남겨 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군(聖君)으로 칭송받는 임금이다. 이런 업적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농업분야에서도 세종의 업적은 탁월하다. 세종은 백성이 먹고 사는 문제를 편안하게 해결하는 것이 사명이라며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생활이 안정되면 백성들이 예의를 지켜 부모님께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게 된다고 생각한 세종은 농업을 애틋하게 여기고 장려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즉위 초기 세종의 현실은 냉혹했다. 이상 기온으로 여름에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기도 했고, 초여름인데도 눈이 내렸다. 또한, 농사기술 수준도 낮아 실농(失農)하는 농민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해마다 흉년이 들어 정든 고향을 버리고 뿔뿔이 헤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매우 잦았다.

때문에 세종은 농사방법개량에 역량을 집중했고 과학기술개발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고민이 있었다. 조선 사람들의 농사 경험을 담은 책이 한 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농사 기술책은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중국기준의 기후와 토양을 적용해 만든 교본으로 조선에 적용하기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이에 세종은 정초(鄭招)와 변효문(卞孝文) 등으로 하여금 전국 농부들의 경험담을 모아 책으로 편찬해 보급토록 했다. 이런 배경으로 1429년(세종11년) 만들어진 농사기술서가 바로‘농사직설(農事直說)’이다.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 등에 맞는 고유농법으로 편찬된 최초의 농사기술서다.

농사직설에는 곡식종자의 준비 및 보관, 지역별 기후·토양·수리(水利)여건 등에 따른 작목별 땅 갈이 방법, 파종방법, 모내기, 김매기, 물 대기, 거름주기 등 농사짓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다. 논밭갈이로는 봄과 여름에는 얕게 갈고 가을에는 깊게 갈 것을 장려했다. 경작농구로서는 쟁기·써레·쇠스랑·고무래·따비·호미 등이 쓰였으며, 거름으로는 인분·우마분·재거름·녹비(綠肥)·외양간거름 등이 사용되었다. 시비(施肥)방법 및  객토(客土) 등을 강조함으로써 지력증진에 역점을 두었다. 그 시기 못자리에서 키운 벼의 모를 논에 옮겨 심어 재배하는 이식법이 좋다고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사직설 완성 후 세종은 경복궁 후원에 직접 밭을 만들고 보리씨를 뿌리고 생육을 관찰했다.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김포의 경험이 풍부한 농부를 불러 농사일을 묻기도 하고 유효성을 검증하면서 농사직설의 농법이 더 효과적임을 확인한 후 적극적으로 보급해 나갔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시대 때 왕이 농부들을 만나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세종은 꼭 필요한 일을 묻고 배우는 것으로 농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세종은 또 농사는 기상과 시간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1441년(세종23년)에 측우기, 시계, 천체 관측기구 등 다양한 과학 기구의 발명과 기술개발로 농업의 과학화를 견인했다.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측우기는 서양보다 200년 앞선 세계 최고의 우량계다. 이 덕분에 농민들은 기상재난에 대비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농업에 대한 세종의 열정으로 조선은 고려 말에 비해 농지는 2.4배, 1결당 수확량은 4배가 늘어나는 발전을 이뤘다.  

요즘 우리 농업이 힘들다. 생산량은 많은데 국내 소비는 정체 내지 감소추세이고, 수입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여건 악화, 농약·제초제·살충제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식품안전성 문제도 심각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농사직설’이 필요하다. 남다른 기술과 노력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선도 농업인을 찾고,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반을 구축해야겠다. 더욱이 기후 변화에 대비한 농사 방법과 새로 조명되는 도시농업과 치유농업모델을 확산시켜야할 것이다. 새로운 농사직설은 첨단기술이 아니라 세종 때처럼 국가의 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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