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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농업인의 날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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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농업인의 날이 되길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1.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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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특정 제과업체의 한 과자를 상징하는 날로 많은 사람들이 기념하고 있지만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11월 11일을 한자로 쓰면 十一월 十一일이 되는데 十와一를 합하면 土(흙토)가 돼 흙이 두 번 겹치는 土월 土일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11월 11일을 1997년부터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고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풍년제를 지내며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런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11월 11일을 '가래떡의 날'로 정해 쌀 소비를 촉진하는 이벤트도 병행하고 있다.

세월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농업인의 날은 일제강점기에 농사를 장려한다 해서 6월 15일 권농일(勸農日)로 불렀다고 한다. 기록마다 좀 다르긴 한데 해방 후인 1959년부터는 모내기 적기일인 6월 1일로 옮겼다가 1973년부터는 6월 첫째 주 토요일로 기념일을 바꾸었다. 11년 후인 1984년부터는 또다시 5월 넷째 주 화요일로 날짜를 앞당겼다가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1996년 권농일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가, 1997년 농업인의 날로 다시 명칭을 변경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거의 매년 6월 10일 권농일 행사를 갖고 김포, 서울(휘경동), 과천, 수원, 청원 등지에서 모내기를 했다.

이런 역사를 가진 농업인의 날이 올해는 코로나19로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된다고 한다. 모두가 그랬겠지만 우리 농업도 올해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기념행사까지 축소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올 1월부터 코로나19 발생으로 각 급 학교의 졸업식·입학식 취소로 화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휴교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4월초에는 갑작스러운 영하 날씨로 봄철 과수의 꽃눈과 꽃에 언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5월말과 6월초에는 전북·경북 등의 주요 과일 산지에 우박이 쏟아져 과수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더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유례없는 54일간의 긴 장마와 연이은 3번의 태풍 등 잦은 자연재해로 농작물에 병충해가 만연했고, 결실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모든 농산물의 수량이 최저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을 지난해 374만4000t보다 3%(11만3000t) 감소한 363만1000t으로 발표했다. 추수를 끝낸 벼 농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쌀 생산량이 농촌현장과 한참 동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잦은 비로 병충해가 발생해 “탈곡해보니 20% 이상 줄어드는 등 30년 넘게 농사지었지만, 올해처럼 수량이 안 나온 해도 없는 것 같다”고 토로(吐露)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아직도 경기 북부와 강원 철원지역 양돈농가들은 입식이 금지돼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맞는 올해 ‘농업인의 날'이 우리농업의 현실을 온 국민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가치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어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9%일 정도로 경제에 대한 기여가 작은 것 같지만, 대한민국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경제활동이다. 농업은 단순한 농작물 재배와 생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식량의 자급자족을 통한 안보, 생태 환경의 보전과 수자원 확보, 지역 사회와 전통 문화의 유지 발전 등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재 농가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고스란히 국가와 농가경제의 악화로 연결되는 만큼 특단의 지원 대책을 마련 농가 경영 및 소득 안전망 강화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가 피해 실태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품목별 수급을 다시 점검하고, 가격 안정 장치를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농가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1일 기념행사로 지나치지 말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업인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진정한 ‘농업인의 날’이 됐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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