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49] 야당에서 여당으로 갈아탄 막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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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9] 야당에서 여당으로 갈아탄 막말 정치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11.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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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험난한 개혁의 앞길에서 권력의 낮술에 취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춤을 추는 집권 여당이 눈물 나게 하는 슬픈 계절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한 고위 공직자가 있었다.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었던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은 개·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파면됐고, 법정 싸움 끝에 강등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져 공무원 신분을 회복했으나 그의 이름과 막말은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 충격으로 남아 있다. 머슴이 주인을 개·돼지에 비유하고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까지 부정했으니 분수를 모르는 그의 천박함은 두고두고 회자 될만하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의 막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보수 야당이 ‘역사적’으로 참패한 지난 4·15 총선은 패배한 미래통합당이 자체 분석했듯이 막말이 한몫을 했다. 당시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미래통합당 대부분의 후보가 낙선했다. 세월호 비하 발언에서부터 5·18 모욕 발언 등 야당은 막말 경연대회를 열었고 결국 유권자는 그들을 심판했다.

적어도 4·15 총선 직전까지 막말은 보수 야당의 몫이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면서 막말은 이제 집권 여당의 몫으로 바뀌었다. 막말로 된서리를 맞은 야당은 반성이건, 학습효과이건 간에 점잖아 지고 있다.

반면 여당은 막말로 ‘폭망’한 보수 야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는커녕 닮아가고 있다. 물러난 이해찬 대표부터 한몫을 했다. 그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미투’ 의혹을 묻는 기자에게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막말을 퍼부었는가 하면 “정치권에 정상인가 싶은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등의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정치권에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표현에 대해 혹자는 맞는 말이라고 두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공당의 대표라는 위치를 감안할 때 더할 나위 없는 막말이자 장애인에 대한 비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막말은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판사 출신의 3선 박범계 의원은 지난 5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의원님들,(예산을) 한번 살려 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말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사정하라는 뜻이다. 애걸복걸하면 필요 없는 예산도 세워주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필요한 예산도 삭감하겠다는 국회의원의 권위 의식이 낳은 갑질에 다름 아니다.

4선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한술 더 뜬 막말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6일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예산 증액과 관련, 정부 관계자가 난색을 표하자 최고위원회 회의장을 나오면서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했다. 차관을 장기판의 졸(卒)정도 취급하는 원내대표의 서슬퍼런 호통이 조선시대의 벼슬아치를 연상케 한다.

공무원인 정부 관계자라 하여 다르지 않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8·15 광화문 시위 주동자를 ‘살인자’로 칭했다. 코로나19 방역을 방해, 결과적으로 사망자까지 초래하며 코로나 확산을 가져온 광화문 시위 주동자에 대한 그의 분노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에 대한 ‘살인자’라는 표현은 글을 열면서 예로 들었던 ‘국민은 개·돼지와 같다’는 어느 고위 공직자의 발언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막말 릴레이는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80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다는 지적에 ‘국민 성인지 학습의 기회’라는 막말이 튀어나왔다.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성인지 감수성 집단 학습 기회’로 치부했다. 발언의 당사자가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이었기에 국민들은 더욱 절망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최소한의 가치관이나 자격마저 의심스럽다. 이 정도면 스스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대표가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가며 해야 한다”고 입단속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다. 거대 여당 174석이 가져온 ‘오만’이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오만의 귀결은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보수 야당이 몸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 보수 야당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정부 여당이 오만에 빠진 것은 그들에게 표를 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험난한 개혁의 앞길에서 권력의 낮술에 취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춤을 추는 집권 여당이 눈물 나게 하는 슬픈 계절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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