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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도마위에 오른 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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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도마위에 오른 특수활동비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1.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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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현 정권의 각료들은 참으로 용한 재주가 있다. 가만히 있는 국민의 화를 돋우는 재주 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지쳐만 가는데 궤변과 망언 바이러스를 방방곡곡에 퍼뜨리고 있으니 국민이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하다. 특히 지난주 각료들이 현란한 솜씨랍시고 보여준 언행은 정신상태가 온전한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싸움닭 장관, 무능 장관 등이 그동안 국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온 것까지 포함하면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할 지경이다.

갑자기 국민의 부아를 치밀게 한 각료는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두 전직 시장의 성범죄로 838억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관련한 국회 질의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다. 안 해도 될 선거를 치르기 위해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온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에 좋은 기회란다. 그렇다면 어렵사리 학습교재를 만들어준 전직 시장들에게 무한 감사해야 할 판이다. 낯 뜨거운 궤변이다.

권력형 성범죄 여부를 묻는 초등학생용 ‘OX 퀴즈’에 대해선 아예 답변조차 거부한다.진영논리로 무장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단체 대표 출신이라는 이 양반이 지난해 9월 장관직에 왜 올랐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여권 핵심부에 기댈 수밖에.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터졌을 때는 감싸기만 하고, 박원순 사건 때는 뒷북 대응을 한 건 그래서일 테다.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도통 모르는 사람이 장관직을 유지하는 건 대한민국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끊임없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각료도 있다. 알다시피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을 언급하고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원론적 발언과 감사원의 수사참고자료 이첩 등에 따른 정상적 수사를 놓고 “정치인 총장” “야당발 청부수사”라며 온갖 악감정을 표출한다. 장관은 수사지휘권, 감찰권 행사에 이어 총장의 특수활동비 감찰 카드까지 꺼내들며 총장 제거 작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 특활비는 정보나 사건 수사 등 국정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박근혜 정부때도 도마위에 오른 적 있다.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의 특활비 배정 등 집행과 관련해 ‘각급 검찰청별 및 대검찰청 각 부서별 직전연도 동기 대비 지급 또는 배정된 비교 내역(월별 내역 포함)’ ‘특정 검사 또는 특정 부서에 1회 500만원 이상 지급 또는 배정된 내역’을 대검 감찰부에서 신속히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검찰청법상 법무장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대검 감찰부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면 위법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은 검찰 일반사무의 최고 감독권자로서 감사(조사)를 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권한 밖의 감찰 지시라는 평가도 나온다.추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뿐만 아니라 감찰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 등 검찰개혁이 제대로 추진될 지 의문이 든다. 특수활동비가 부당하게 집행됐으면 비난받아야 한다. 딸 식당에서 정치자금으로 밥 먹은 법무부장관의 특활비 사용 내역부터 공개할 용의는 없는지 궁금하다.국민은 눈만 뜨면 싸움박질하는 장관과 총장을 보노라면 짜증이 난다.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국무총리가 나서보시라. 이미 논란 차원을 넘어 국가기관끼리의 ‘내전’ 아닌가. 대통령이 무책임한 침묵에 빠져 있으면 총리라도 진언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둘 중 한 사람의 해임건의를 하든지, 아니면 둘 다 해임건의를 하든지 말이다. 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관 책임 36%, 총장 책임 24%, 둘 다 비슷하다 34%로 나왔는데 참고하기 바란다.무능한 각료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 23차례 대책에도 부동산 전쟁에서 연전연패한 둘은 진작 자리를 내놨어야 했다. 부총리의 경우 1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선정에서 여당의 포퓰리즘에 내상을 입었을 때라도 사직서를 던져야 했다. 그런 중차대한 문제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후퇴에 공개적 사표 소동까지 벌인 걸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관가에서 체면이 서지 않으니 ‘항명 쇼’를 하다 대통령의 재신임 한마디에 꼬리 내린 격이다. 사의 의지가 강했다면서 왜 번복했는지 알 수가 없다. ‘홍두사미(洪頭蛇尾)’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그간 참고 참아온 국민의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에 다다랐다. 불쾌지수를 급상승시킨 이런 각료들은 사퇴든 경질이든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 그게 국민적 피로도를 덜어줄 최소한의 처방전이다.

법무부검찰 특활비 논란은 근거 없이 ‘정치자금 유용’ ‘특활비 차별 배분’ 의혹을 제기한 여당과 이에 호응한 추 장관 책임이 크다. 검찰의 월성 원전 의혹 관련 압수수색에 여당이 격분하고 추 장관이 특활비 감찰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확대된 측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검찰 특활비 사용을 고리로 한 야당의 역습을 받은 걸 보면 여당과 추 장관의 대응이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었음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국민들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중심에 놓고 여야가 벌이는 이런 소모적 정치 공방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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