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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나눔의 미덕,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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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나눔의 미덕, 김장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0.11.1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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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았다. 전국 곳곳에서 김장을 매개체로 한 나눔의 미덕 실천이 한창이다.

‘김장’은 채소가 나지 않는 엄동(嚴冬) 3∼4개월간을 위해 미리 김치를 담가두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늦가을에 행하는 독특한 주요 행사다.

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에서 유래됐으며, ‘팀장’과 ‘딤장’ 순으로 음운이 변해 오늘날의 ‘김장’이 됐다고 한다.

김장은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가포육영(家圃六詠)’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고 기록돼 있다.

‘삼하’라는 뜻은 여름 3개월로, 순무를 장에 넣어 만든 김치는 상고시대의 ‘지’를 뜻하는 것이며, ‘구동지’는 겨울 3개월로, 청염에 절인 것은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冬沈)를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김장하는 습이 고려 시대부터 시작됐음을 짐작케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김장김치는 배추·무를 주재료로 하고, 미나리·갓·마늘·파·생강과 같은 향신미의 채소를 부재료로 해 소금·w젓갈·고춧가루로 간을 맞춰 시지 않게 겨우내 보관해 두고 먹는 침채류(沈菜類)의 하나가 됐다.

‘겨울의 반 양식’이라고 해 어느 가정에서나 필수적으로 담갔던 김장김치는 비타민 A·C가 많이 들어 있으며, 김치가 익는 동안에 생긴 유산이 유산균의 번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대장기능에 매우 좋은 정장작용(整腸作用)을 통해 비위를 가라앉혀 주는 역할을 한다.

김장김치가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기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북쪽 지방에서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해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리는 반면, 남쪽에서는 기온 관계로 대개 짜게 담근다.

영남·호남 지방에서는 멸치젓을 주로 쓰고, 중부에서는 조기젓과 새우젓을 많이 쓰며, 동해안 지역에서는 갈치·고등어 등을 많이 쓴다.

때문에 북쪽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담백하며 신선하고, 남쪽의 김치는 고추를 많이 쓰며, 국물이 거의 없고 진하다. 중부지방의 김치는 연분홍의 투명한 색을 배추와 국물에 물들게 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김치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적절히 혼합된 한국만의 독특한 채소 발효음식으로 발달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김치’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등 발효과학을 통한 완벽한 건강식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은 ‘김장’은 품앗이와 나눔 문화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겨울철이 오기 전 많은 양의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기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가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력을 제공한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식사를 대접하고, 김장김치를 나눠주게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체와 기관·단체가 공식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겨울철 김장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김장철을 맞아 ‘나눔’과 ‘배려’라는 문화적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나눔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김장문화(Kimjang :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는 지난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됐다.

당시, 무형유산위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한국인들에게는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며 “김장의 등재는 비슷하게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의 다양한 공동체간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어 한국이 제출한 ‘등재신청서’가 무형유산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영감을 주는 모범 사례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이웃 간 나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오산시 남촌동행정복지센터가 최근 3일간 관내 저소득층의 훈훈한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가졌다.

또, 화성시 남양읍 주민자치회에서도 최근 지역 기관·사회단체의 후원을 통해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를 열었고, 오는 20~21일 마도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농협과 이장단협의회, 기업인협의회, 황토이슬농산물 직거래장터 협의회 등 단체 및 기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나눔(500포기) 행사를 개최한다.

요즘 핵가족화가 보편화 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깃든 품앗이 형태의 전통적인 김장 담그기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거쳐 이웃 간 나눔의 정신과 연대감 및 정체성을 지켜온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추운 겨울철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훈훈한 나눔의 미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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