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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6촌간 결혼은...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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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6촌간 결혼은...글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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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결혼문화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근친 간 결혼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근친 간 결혼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최근 제도권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8촌 이내 결혼을 금지한 민법조항을 두고 공개변론을 실시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은 2016년 6촌과 결혼했으나 결혼 3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6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배우자가 결혼무효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그는 1심에서 혼인무효판결을 받고 2심에 항소하는 도중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청구했다. 물론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이러한 논란이 있었지만 헌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8촌 이내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행 민법 제809조는 근친혼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 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제2항과 3항에서는 혈족의 배우자와 친인척 등의 관계에 있는 사람도 일정한 촌수 내에는 결혼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과거에는 동성동본의 결혼을 금지했지만 8촌 이내로 완화된 것은 시대적 흐름이 많이 반영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거 신라와 고려시대 등에서는 왕족은 물론 친인척간 결혼이 가능했다. 신라에서는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 중 어느 한사람의 계급에 따라 신분이 상승되는 관례가 있었다. 신분제도가 철저했던 신라에서는 진골 성골 계급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윗세대부터 계급 간 결혼을 권장했다. 신라경종왕의 경우 사촌 여동생과 결혼하고 성골 진골출신은 삼촌 고모와 결혼하기도 했다.

지금의 결혼문화로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신라시대에서는 가능했던 일이다. 이 같은 일은 고려시대에도 이어졌으나 신분제도가 완화되면서 고려 문종 때는 사촌간의 결혼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관직에 등용하는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면서 근친 간 결혼 문화는 완전히 금지됐다.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존중하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근친은 물론 동성 간 결혼도 철저하게 막았던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 결혼건수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결혼건수는 23만9159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7.2%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을 하던 1980년부터 1997년까지 한해 40만 쌍을 넘었다. 이후 매년 감소해 지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됐다. 결혼연령도 점점 고령화 되어 가는 추세다.

지난해 초혼 남성의 평균 연령은 33.4세, 여성은 30.6세로 20년 전보다 각각 4.3세씩 상승했다. 신랑신부가 늙어가면서 가임기간에 있는 여성들의 출산도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0.8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 때문에 인구감소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나 결혼에 비해 이혼건수도 계속 늘고 있어 지난해 이혼은 11만800건으로 전년 대비 2% 늘었다. 이혼연령도 남자는 48.7세, 여자 45.3세로 집계돼 중년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친척의 범위를 8촌까지로 하고 있지만 자주 왕래하는 정도에 따라 8촌이 사촌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사촌이지만 8촌보다 더 먼 친척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형제지간이 없어지면서 사촌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질 수 있다.

자녀를 한명만 낳는다고 했을 때 사촌이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를 이유로 6촌간 결혼을 허용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행복추구권과 자유로운 인권을 위해 6촌 이내의 친척에 대해 결혼을 주장할 수 있지만 단순이 인권만을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그런 주장이라면 8촌과 6촌 4촌 등의 개념이 왜 필요하겠는가? 인간의 본능적인 행복추구권은 인정하지만 최소한의 이성은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은 3촌 이상의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나라의 민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은 4촌 이상의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다. 방계혈족이라는 것은 직계 존속이 아니라 형제지간에 있는 혈족이다.

헌재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6촌간 혼인을 법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가족사회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문제가 오래전부터 논의는 됐지만 사회가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안 하는 게 도리인 듯하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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