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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바텀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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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바텀업 방식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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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미국 대통령의 통치방식을 두고 논란이 많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절차를 중요시하고 있지만 통치자의 성향에 따라 기존의 틀이 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거대 국가를 운영하다 보니 부작용도 많았다. 세계는 제1의 패권국가인 미국에 대체적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었고 통치자의 방식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고,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보여 왔다. 의도적으로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하는 속내가 보였지만 일본으로서는 중국과 한국의 경쟁구도 속에 태평양 건너 미국과 친해지는 것은 절대적인 우군을 얻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초기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골프장 벙커에서 아베가 뒤로 넘어지는 장면이야 말로 가관이었다. 어떻게 보면 웃음거리였지만 아베는 아랑곳 하지 않고 트럼프의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생하게 방영됐다. 마치 동생이 형을 졸졸 따라 다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베가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축하거나 뒤도 돌아보지 않는 행동을 보여 아베와 일본 국민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럼프와 아베의 사인 모자도 웃음거리가 됐다. 골프장에서 작성한 두 사람의 사인은 모자의 창 대부분에 트럼프의 사인이 작성됐고 아베는 한 귀퉁이에 겨우 보일만큼 조그맣게 작성했다. 이는 외교적 결례이며 일본 총리의 치욕일 수 있다. 하지만 아베는 트럼프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의도가 강했기에 이 모든 것을 견뎌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의 독특한 통치방식에 적응하려는 아베의 눈물겨운 노력이 돋보였을 수 있다.

트럼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민주적인 절차 보다는 본인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흥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통치 스타일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유럽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그의 통치방식에 비판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머지 제3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지지하는 형국이었다. 일부 사회주의 국가와 외교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트럼프에 반기를 드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세계 질서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한국에 수출규제로 압박했다. 물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통치자의 생각에 따라 기존 질서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경제 무역 관계가 촘촘한 그물망처럼 네트워크화 되어 있다. 어느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경쟁국가의 이익을 해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수출규제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동맹과 다자간 무역을 통해 상생하는 시대지만 트럼프는 오직 미국우선주의 정책으로 다자동맹 관계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정은도 트럼프를 두 차례나 만났을까?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된 두 사람의 회동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쇼로 끝났다. 회담 전 트럼프는 자신의 트윗을 통해 마치 대단한 성과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보여주기를 좋아하고 남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업가의 민낯까지 보여줬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초음속 전투기가 북한에 잠입 비행을 하고 김정은의 참수까지 거론되자 김정은은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직선적이고 도발적인 트럼프의 성격을 파악한 것이다. 김정은이 트럼프에 요구한 것도 바로 체제안정과 유엔의 제재완화였다. 북한은 트럼프의 취임초기 ‘미치광이 늙은이 망조’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날을 세웠으나 결국 협상테이블에 나타났다. 이제 트럼프의 임기는 내년 1월이면 끝난다. 그동안 트럼프를 향해 ‘각하’라는 호칭까지 사용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보였던 북한이 트럼프에 또 어떤 험담을 늘어놓을지 모르는 일이다. 트럼프의 힘이 약해지면 북한뿐만 아니라 그동안 참고 있던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를 공격할 것이다. 바이든에게는 매우 친절한 관계처럼 다가서면서......

트럼프의 통치스타일은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다. 충분한 토론과 민주적 절차를 생략한 채 기업가의 오너처럼 본인의 의사결정이 곧 법이고 따라야 하는 행동강령이었다. 전통적인 민주국가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된 트럼프의 탑다운 방식은 대혼란을 가져왔다.

바이든 당선자의 통치스타일은 상향식으로 불리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다.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중요시하는 바텀업 방식은 국가와 사회조직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이 집중되고 있는 탑다운 방식을 버려야 한다. 권력분산을 통해 국민의 의견이 정책이 되는 바텀업 방식을 적극 권유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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