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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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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0.11.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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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20살을 갓 넘은 어느 날, 나는 사람들이 땅만 보며 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시절에도 서울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들이 내려오면 10여명이 학사주점에 함께 모여 화기애애한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는 정부를 비난하고 민주화의 열정을 토론하고 인생의 가치를 꽤 진지하게 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때이다. 또한 비현실적인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젊음의 여유가 풍성했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제주에서 남해안이 잘 보일 만큼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아니?” 제주가 육지로부터 한참 떨어져 역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외진 변방이란 생각만을 갖고 성장했던 친구들은 예외 없이 “그럴 리가 있어? 아니야!”라는 대답을 이구동성으로 하였다. 그것은 그러한 ‘가능성’에 대하여 그때의 친구들이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내가 비로소 알게 되었던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이 딛고 있는 땅만을 의지하고 주변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느끼는 문제에만 골몰하고 산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것도 개개인이 갖게 되는 정도의 문제이지만 나 역시 대부분의 생각들이 현실문제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한 자각으로 해서 지내온 많은 나의 시간 속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조금이나마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던진 질문의 결론은 이렇다. 제주와 남해안까지는 70km정도 떨어져 있고, 비가 온 후 날씨가 맑은 날 수평선이 선명해지면 연중 40일 이상을 제주에서 남해의 산과 섬들이 보인다. 그리고 심지어 한밤중에 어두운 한라산 중턱에 오르면 부산의 불빛도 수평선을 밝히는 날이 있고 남해의 마지막 섬, 보길도에서 한라산의 겨울눈이 선명할 만큼 연중 뚜렷이 보이는 날이 많아 제주도가 선명히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대마도 남쪽 봉우리 끝에 서면 수평선에 솟아 있는 제주도의 모습은 흡사 등대 같은 느낌이었다. 삶의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인간의 인식의 범위는 그러한 인간의 행동들이 비단 그 시절의 젊은 내 친구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며 일정한 집단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결국 정치에 대한 인식 또한 동일한 것이다.

정치라는 것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통치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진다면 정치는 다스리는 기술적인 방법으로만 인식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선진민주국가 역시 그들의 정치지도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의 함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삶의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인간의 인식의 범위는 그러한 인간의 행동들이 비단 그 시절의 젊은 내 친구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며 일정한 집단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결국 정치에 대한 인식 또한 동일한 것이다. 정치라는 것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통치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진다면 정치는 다스리는 기술적인 방법으로만 인식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선진민주국가 역시 그들의 정치지도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의 함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정치는 권력을 수반한다. 이 나라에서는 단순한 친목회조차도 그 대표를 뽑아 회원의 권리를 대신하게 한다. 그리고 이 집단에 작용하는 작은 권력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 대표는 ‘위임된 권력’을 행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임된 권력의 행사’이다. ‘정치가 다스리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든 의도했든 항상 권한을 동반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서 위임되었음을 확인하고 제도화했다는 사실은 인류문명에 있어 진화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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