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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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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기울어진 운동장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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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치가 죽어있다. 한쪽은 힘이 너무 세고, 한쪽은 힘이 너무 없다. 무엇을 할 수 없을 만큼 바보스럽고 존재감마저 불편할 정도다. 법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고 개정할 수 없을 만큼 무력화 됐다. 바로 2020년 우리나라 야당의 민낯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결과 지역구 253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3석을 휩쓸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전체 300석 중 과반이 넘는 180석을 가져갔다. 국민의 힘은 지역구 84석과 비례대표 19석 등 모두 103석을 얻는데 그쳤다. 정의당과 무소속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이 각각 6~3석을 가져가면서 여당 독주시대를 열었다.

여당은 이제 두려울 게 없다. 야당이 협상테이블에 안 나오면 단독국회를 열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할 수 있다. 이미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야당 패싱’의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싹쓸이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법사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를 고집하던 야당은 버티지도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법안과 예산도 마찬가지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독국회를 열어 통과하면 된다. 103석의 거대 야당이지만 골리앗 앞에는 힘없는 다윗이다.

국회의 통과절차는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것이 됐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핫이슈와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도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여당을 1당 독재라고 할 수 없다. 분명 국민의 지지를 통해 절대다수의 여당이 됐기 때문이다. 103석을 얻고도 맥을 못 추는 야당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제1, 제2의 도시 수장이 성추문과 관련해 물러나기는 정부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모두 여당 소속 단체장이었지만 후폭풍은 예상보다 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하고 오거돈 전 시장이 사퇴할 당시만 해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민주당도 여론을 의식한 듯 보궐선거 후보를 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여론은 뜨거운 냄비와 같다는 말처럼 두 사건은 금방 식었다.

민주당도 이제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두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는 것은 공당에 대한 책임감 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과 부산 모두 국민의 힘에 대한 지지도가 절대적이지 않다. 여론추이를 지켜보던 민주당은 이제 후보공천 방침과 함께 선거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우연찮게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등장해 부산시장 선거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아직 수면아래에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김해공항 확장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로 백지화 했지만 후속조처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밀양공항을 주장했던 대구 경북지역 민심을 의식한 듯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착공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새로운 사업은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을 못 박아 추진하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조기착공’이라는 방침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침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거론하고 있다. 법 제정은 선거를 앞두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민의 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발의는 부울경 출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국민의 힘 지도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지만 부산지역 의원들은 거침이 없다.

국민의 힘 소속 부산출신 한 국회의원은 신공항 건설문제는 여야 정치권의 갈등이 아니라 지역 간의 갈등이고 지역 간의 문제라고 일침 했다. 국민의 힘 소속 대구 경북지역 출신 의원들의 동요는 불 보듯 뻔하다. TK의 민심을 대변해 특정지역이 아닌 백지상태에서 재검토를 촉구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야권지역인 부산과 대구가 충돌하면 여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거대여당이 특별법에 찬성하고 38석의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의원들이 동조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은 25석이다. 숫자로 몰아붙인다면 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해공항 확장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외국 전문기관에 용역을 준 사업비는 말 그대로 수장되는 것이다. 누가 보상도 할 수 없으며 책임질 사람도 없다.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쳐야 하는가. 그것은 정치권과 정부의 몫이다. 국민이 바로 잡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10조원이 들어가는 막대한 사업을 정치권이 개입하고 다수당이 힘으로 몰아간다면 공정한 게임이 되지 못한다. 국가의 미래와 지역주민의 편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아주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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