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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살라미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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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살라미 전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1.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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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살라미(salami)는 소금에 절인 소시지를 말한다. 두터운 고기에 간을 절이다 보니 매우 짜기 때문에 조금씩 썰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1730년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든 살라미 소시지는 보관과 먹기 편리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에는 피자와 샌드위치 등의 요리에 사용됐지만 지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살라미 소시지를 본 따 만든 ‘살라미 전술’이라는 것이 있다. 소시지 덩어리를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다는 것을 빗대어 만든 말이다. 즉 단계적으로 접근해 이득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하나의 작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큰 것을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상대방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작은 것을 들어주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국제사회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개인 간 거래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지인이 1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빌려주지는 못하고 못 받을 각오를 하고 100만원을 주는 것도 일종의 살라미 전술이다.

국제사회에서 적용되는 살라미 전술은 북한이 핵협상 단계를 세분화하고 이를 빌미로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최대한 얻어 내려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국비지원을 요청할 때 삭감될 부분을 미리 예상하고 필요이상의 사업비를 요구하는 것도 살라미 전술의 일부분이다. 때문에 자치단체는 당초 목표했던 것을 달성하고, 정부는 사업비를 삭감해 지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상생과 윈-윈 전략일 수 있다.

12월 들어 전국 자치단체는 예산을 가지고 전쟁을 치른다. 우선 국비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 등에 막바지 로비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관내 주요 사업의 경우 국비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과 해당 공무원은 국회에 진을 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국비 확보 여부에 따라 사업진척도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지역의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공무원 등이 합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국비확보 외에 2021년도 예산안을 지방의회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사업의 경우 집행부의 자체 심사를 거쳐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과도한 사업비 편성으로 삭감되는 부분도 많다. 자치단체의 예산편성은 일종의 ‘살라미 전술’이다. 삭감될 부분을 미리 예상하고 사업비를 편성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도 이를 적당히 도려내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사업비를 지키려는 집행부와 삭감하려는 지방의회의 힘겨루기는 마치 창과 방패처럼 얽혀있는 모양새다.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는 초기 부작용도 많았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아직도 비도덕적 추태를 보여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는 올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다. 바로 민생예산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각종 축제 등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했던 많은 사업들이 취소됐다. 관광 숙박 여행 음식 등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며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체감경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이며 지역경기의 붕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인구 감소가 사상 최대의 폭으로 늘어나 위기감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드시 검토돼야할 부분이 민생예산의 적정 집행이다.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는 올해 ‘한국판 뉴딜(New Deal)정책’을 펼쳤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청년과 노인 등의 생활을 간접 지원했다.

뉴딜은 카드게임에서 카드를 바꾸어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193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루스벨트가 제안한 것으로 정부가 시장경제에 직접 개입해 생산을 통제하고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동원해 재난지원금과 공공일자리 등을 만들었다. 물론 효과도 있었지만 경제회복이라는 지표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방의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사업비의 균형 배분과 공공일자리의 실질적 참여 확대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무급휴직자 등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 빚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3/4분기 가계 빚은 모두 1682조원 규모이다. 전년보다 7.0% 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주택담보 등에 많이 몰려 있지만 생활자금 대출도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방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관내 대규모 건설사업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영 유아 보조사업, 고교 무상교육, 지역 장학사업 등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 발굴해야 한다.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사업 등은 시기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비 지원은 ‘살라미 전술’이 될 수 없다. 자치단체의 예산안은 이미 던져졌다. 지방의회는 코로나19시대를 맞아 민생예산을 증액하는 등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예산안 심의를 통해 서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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