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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찰총장 숙청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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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찰총장 숙청사건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2.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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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해방직후 북한의 권력구조는 여러 계파로 나눠져 있었다. 김일성 혼자만의 독재정치가 아니라 각 계파가 모여 연합정권을 구사한 집단지도체제였다. 물론 공산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었지만 정권 내부에 김일성을 대표하는 만주파와 소련파, 연안파, 국내파 등 여러 계파가 모여 있었다. 김일성은 이런 계파들을 숙청하고 유일지도체계를 성립하기까지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겪었다.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세력 중 만주파로 1945년 9월19일 김책 김일 등과 함께 북한에 입국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소속 동북 항일연합군 및 소련 극동전선군 88독립보병여단에서 활동했다. 반면 소련파는 허가이 박창옥 등이 중심이 되어 1946~47년 입국했다. 이들은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후 지역 활동을 전개하다 북한에 주둔한 소련군의 보조요원으로 입국했다.

연안파로 대표되는 조선독립동맹은 1945년 12월에 입국했으며 김두봉 최창익 등이 중심이 되어 중국 공산당과 연대관계를 유지하며 조선의용군으로 활동했다. 박헌영으로 대표되는 국내파는 김일성 지지자와 갑산파 조만식계열의 민족주의자 등 여러 세력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김일성은 이처럼 분리되어 있던 세력들을 20여년에 걸쳐 하나 둘씩 제거하면서 마침내 유일지도체계를 확립했던 것이다.

6.25 전쟁의 실패로 본격화 된 북한의 권력투쟁은 1956년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반대파가 제거되고 김일성 중심의 단일지도체제가 확립됐다. 그러나 1967년 김일성의 친위그룹인 갑산파가 단일지도체제에 반기를 들자 김일성은 사전에 이를 제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갑산파 숙청사건이라 불리는 제거작업은 김일성이 직접 나서 반대세력을 무력화 시키고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했다. 갑산파는 해방이후 김일성과 함께 탄탄한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김일성의 권력투쟁에 앞장서 도왔던 친위대였다. 1956년 8월 종파사건에서 연안파와 소련파를 몰아내는데 공조했으며 이를 계기로 더욱더 강한 응집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김정일이 성장하면서 북한의 정책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갑산파와 보이지 않은 갈등이 벌어졌다. 김일성은 1967년 제15차 전원회의를 통해 갑산파를 격렬하게 비판한 후 곧바로 숙청했다. 이유는 김일성의 혁명사상을 반대하고 수령의 높은 권위와 위신을 훼손시키기 위해 책동했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피를 나눌 만큼 동지애를 과시했던 갑산파를 제거한 김일성은 비로소 자신만의 유일지도체제를 완성했으며 절대주의와 세습체계까지 거머쥐었다.

정치는 동서고금과 진영을 막론하고 계파가 존재한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진영 내 권력투쟁도 심각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으며 왕권쟁취를 위해 보이지 않은 갈등이 늘 존재해 왔다. 현대 정치사에서는 군사정권은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계파중심의 보스정치가 존재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계파가 존재했으며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권 내 별도의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정책중심의 연구그룹이라는 명목이지만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친문그룹의 계파로 분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의원들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총장 임명을 환영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조국사태가 터지면서 여야는 돌변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등 여권 내부를 향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여당은 검찰총장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업무정지’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1년 전 그렇게 칭찬하던 동지가 완전히 적으로 변했으며,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하차하라고 압박이다. 검찰총장 숙청사건인가? 아니면 권력에 협조하지 않고 당에 협력하지 않은 총장을 제거하는 작업인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검찰총장이 여당의 총장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검찰총장인가? 검찰총장을 제거하면 검찰개혁이 완성되는가? 권력순종의 검찰총장이 들어서면 국정은 안정되는가? 국민들은 지난 1년여 동안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할 말이 없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이렇게 어려운 부분을 당부했고, 당사자는 이렇게 어려운 부분을 실천하는 중인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검찰개혁은 ‘내편 네편’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엄정하고 공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게 못할 것이라면 장관도 총장도 옷을 벗어 던져야 마땅하다. 당사자들은 잘 생각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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