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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어촌지역 살릴 고향세법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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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어촌지역 살릴 고향세법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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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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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농어촌을 살리는 ‘고향사랑 기부금법(고향세법)’법률안이 지난 11월 1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 ‘일종의 증세이고,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이에 따라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 법률이 논의 된지 13년이 지났는데 올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고향사랑 기부금법, 일명 고향세는 고향이나 신세를 진 지역, 여행을 가서 좋아하게 된 지역, 언젠가 이주해 보고 싶은 지역 등에 금전을 기부하고 그 만큼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농어촌 지자체로서는 열악한 재정을 확충할 수 있어 좋고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지역을 살릴 대안이다.

기부금은 농어촌 지역 학교와 학생, 농어업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ㆍ장학사업, 의료서비스 확충과 문화생활의 증진 등 농어촌 주민의 복지증진 사업, 정주여건 개선과 마을공동체 활성화, 경관개선 등 공동 협력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기부자에겐 지자체의 답례품으로 농수축산물, 특산품 등을 보내줘 지역농가 소득 증가에도 이바지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를 이루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향세 도입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시기는 2007년으로 당시대선 후보였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공약이 시작이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향토 발전세’ 신설계획을 제시했다. 제18대 국회에서는 고향세 관련 입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으며, 20대 국회에서는 고향세 성격의 법안이 13개가 발의되었으나 번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고향세를 제시했으며, 21대 국회에서도 고향세 도입을 위한 여러 의원들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17년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새로운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며 이를 위한 고향사랑 기부제법을 제정해 열악한 지방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인구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전국228개 시군구 중 105곳(46.1%)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105곳 가운데 92.4%인 97곳은 비수도권 지역이다. 거기다 지자체 3곳 중 1곳은 자체 세수로는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소멸위험지역은 일부 낙도지역이나 농어촌지역뿐 아니라 도청 소재지, 산업도시, 광역대도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지방 제조업의 위기가 지역 산업기반을 붕괴시키면서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 위기를 겪었던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ふるさと·故鄕·고향) 납세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첫해에 기부금 총액이 81억 엔(86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4,875억 엔(5조17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해 일본 농어촌과 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등 지방재정 확충의 주요 재원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기부금의 1건당 금액이 2008년에는 15만 엔(1590만 원)으로 금액이 컸으나 2019년에는 2만 엔(212만 원)으로 줄어 기업보다는 개인의 기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법률안 통과 시 우려했던 기업의 준조세화가 된 다는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고향세로 복지사업과 정주여건 개선 등에 사용하면서 인구 증가와 농어촌경제 활성화의 순기능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고향세를 받은 전국 1,788개 지자체 가운데 1,681곳이 세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기부금이 크게 느는 이유이다. 납세자들에게 신뢰를 받아 젊은 층과 여성의 참여가 날로 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기부한 일정 금액을 소득세나 주민세에서 공제해주며, 지자체들이 기부자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한 해당 지역의 농수특산품을 보내준다. 고향세 납부에 참여한 도시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해당 농촌지역과 지자체를 살리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고향세법은 이제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고향세를 도입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향세가 농촌개발, 정주여건 개선, 주민복지, 농산물 판매확대 등 지방회생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고향세법은 지역회생과 직결되는 문제다. 한국형 고향세를 만들어 농어업과 농어촌 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고향세법이 더 이상 국회에서 미뤄지지 않고 처리되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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