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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켜낸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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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켜낸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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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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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독일 베를린시(市)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미테구(區)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신청하여 2019년 7월 설치 허가를 받아 2020년 9월 말 미테구(Bezirk Mitte) 거리에 세웠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州)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는 2020년 10월 7일 철거 명령을 내렸고,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였고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여 일단 철거명령이 보류된 상황에서, 12월 1일(현지시간) 미테구의회는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 발의한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미테구의원 2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4명, 반대 5명으로 통과시켰다는 외신은 쾌보(快報)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쾌거(快擧)의 이면에는 베를린 시민사회의 반발과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투쟁이 큰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서울 성북구 계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나유정 양과 진영주 양은 최근 독일 베를린 미테구 주민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현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항의하며 철거를 막아 줬던,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진양은 독일어로 ‘감사하다’라는 뜻의 ‘Danke Schön’을 편지에 생전 처음으로 꾹꾹 눌러썼고, 편지지 뒷면에는 윤동주 시인이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며 쓴 '별 헤는 밤'의 시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구청 직원들과 관내 26개 초·중·고교 학생들과 함께 소녀상 철거를 막아준 독일 주민들에 보내는 감사 편지 쓰기에 나섰고,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 중지 가처분 소식이 전해진 2020년 10월 계성고등학교 학생들은 ‘고마워요 독일 국민’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변 학교 학생들이 동참하면서 릴레이처럼 확대된 것이다. 그렇게 모인 편지는 무려 3,600통이나 된다. 성북구는 이 편지들을 독일 미테구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독일 미테구 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직시하고 그들이 자행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을 크게 깨달아야 한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역사는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미래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소녀상의 설립과 철거를 둘러싼 최근의 일을 바라보며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국가와 민족만이 생존하리라 굳게 믿는다. 일본은 자만에 사로잡혀 또다시 역사 앞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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