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51] 진검승부를 하던지, 둘 다 집으로 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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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1] 진검승부를 하던지, 둘 다 집으로 가던지
  • 서길원기자
  • 승인 2020.12.09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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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권과 직장을 보호하기 위한 풋내기 목검 싸움은 치워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의 진검승부가 필요하다. 정권이나 검찰 옹위가 아닌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싸운다면 국민은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릴 수도 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렬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예상했던 대로 정권의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로 비화 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추·윤 사태’와 관련,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나라의 모든 관심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한판 승부에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추 장관과 윤 총장 편으로 나뉘어 기어이 끝장을 보겠다고 달려들고, 여론도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양분됐다.

둘로 나뉜 국민 여론은 지난 7일 같은 날 발표한 서울대 교수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교수들은 정권에 대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은 그 본질이 검찰을 권력에 복종하도록 예속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천명했다.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반면 정의구현사제단은 검찰에 대해 ‘거악의 한 축으로 살아온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기득권 수호를 위해 자신의 본분을 팽개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고 규탄했다. 이 또한 여당과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교수들도 검찰개혁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사제들도 법치주의 구현을 반대하지 않을 테지만 나뉜 시각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대치하고 있다.

여기에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할 언론마저 편 가름의 대리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대변지로 전락한 듯한 언론은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갈라진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양측 모두 손가락으로 검찰개혁을 가리키고 있다. 검찰개혁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해 온 검찰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 권력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양측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지향점에는 있어야 할 검찰개혁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이라는 실체는 오간 데 없고 대신 꼼수가 꼼수를 낳는 저급한 정쟁만 남아 요란하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쳐야 정권이 무탈로 살 수 있고, 윤 총장은 추 장관을 넘어야 검찰조직이 살 수 있다고 믿으며 서로를 향한 날을 벼리고 있다. 정권 옹위와 검찰 옹위의 사활을 건 대립이다.

그 꼼수의 속내가 국민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벌건 대낮에 부끄러움도 잊고 벌거벗은 춤판을 벌이고 있다.

윤 총장의 운명을 가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오늘 열린다. 물론 윤 총장 측이 ‘검사징계법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놓고 있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검사징계위원회에 모아지고 있다.

검사징계위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던 당분간 내홍이 거듭될 것이 분명하다. 내홍을 조속히 치유하기 위해서는 본질로 되돌아가야 한다. 본질은 검찰개혁이지 정권이나 검찰 보호가 아니다. 본질을 잃어버린 싸움은 뼈다귀 하나 놓고 진흙탕에서 싸우는, 즉 이전투구(泥田鬪狗)일 뿐이다.

모두가 냉정해져야 한다. 윤 총장 내쫓기가 검찰개혁은 아니다. 윤 총장과 검찰도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불편해하거나 검찰 공화국의 향수에서 시급히 깨어나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하게 다시 나라를 생각해야 할 때다. 서로 입장을 바꿔서 역할을 해야 한다. 추 장관은 법치를 위해 행동하고, 윤 총장은 검찰개혁에 진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권과 직장을 보호하기 위한 풋내기 목검 싸움은 치워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의 진검승부가 필요하다. 검찰개혁은 국민의 시대적 명령이고 어쩌면 개혁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추 장관을 앞세워 윤 총장을 치기 위해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정권이나, 법치를 내세우며 벌떼처럼 일어나는 검찰이나 보기 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이나 검찰 옹위가 아닌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싸운다면 국민은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릴 수도 있다. 아니라면 둘 다 그만두는 것이 국민과 임면권자에 대한 도리다.

언론도 정파적 입장에서 갈등을 증폭하여 달아오르는 싸움을 부채질하기보다는 달을 가린 구름을 걷어 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금은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 필요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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