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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와인과 함께하는 송년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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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와인과 함께하는 송년 단상(斷想)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2.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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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와인(Wine)의 어원은 ‘술’이란 뜻의 라틴어 ‘비눔(Vinum)’에서 유래되었다.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 프랑스어로는 뱅(Vin), 독일어로는 바인(Wein)이라고 부른다. “와인 없는 식탁은 태양 없는 세상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유럽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호식품(嗜好食品)이다.

인류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기록은 기원전 4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그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지에서 발굴된 벽화에 포도주를 봉헌하는 장면이 발견되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기원전 3000여 년에 장례예식에서 포도주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와인을 세 번 헌주하였는데 첫잔은 신에게, 둘째 잔은 영웅이나 조상들에게, 셋째 잔은 자신이 좋아하는 신들에게 바치는 귀한 술이었다고 한다.

와인은 양(量)과 질(質) 두 가지 면에서 이탈리아가 종주국이다. 그런데 프랑스 와인이 더 많이 알려진 이유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춥지 않아 당도가 높은 포도가 생산되는 적지(適地)이기 때문이다. 또 와인의 품질등급을 체계화하고 엄격히 관리한 프랑스의 노력도 한몫했다. 생산량 순위로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미국 순이며, 이어서 독일, 호주, 칠레, 남아프리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산이 많이 수입되는데 값이 싸기 때문이다. 칠레 와인은 국가적 관리나 통제가 없어 등급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와인은 3년 숙성된 것이 가장 좋다. 5년이 지나면 침전물이 생겨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와인이 오래된 것이 좋다는 말은 잘못된 이해이다. 고급 와인은 보통 2년 이상 오크 통(Oak Cask)이나 스테인리스 통에 숙성시킨 후 병에 담는다. 병에 담은 후에는 오래 되어도 효용이 없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포도와는 다르다. 와인용 포도는 과일포도에 비해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적어, 그냥 먹으면 입 안에서 껍질과 씨 외에는 포도의 육질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포도도 많다. 수십 종이 넘는 와인 포도 품종 중에서 대표적인 품종을 꼽는다면 레드와인의 경우 카베르네 쇼비뇽, 화이트와인은 샤르도네가 있다.

​와인의 종류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 등의 분류는 색깔에 의해 구분된다. 레드와인은 흔히 보는 적색 와인이다. 적포도를 으깨어 발효시키는데, 이때 껍질과 씨가 함께 발효되어 색이 짙어지며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nin)이 함유돼 있다. 스테이크, 파스타, 스파게티, 치즈 등과 곁들여 마신다. 화이트와인은 투명한 무색이나 노란색 계열의 와인이다. 즙을 짜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포도 껍질의 색소와 타닌이 우러나지 않아 떫지 않고, 포도 고유의 향이 짙고, 산도가 높다. 해산물, 생선, 과일 등과 곁들여 마신다.

와인은 당분, 비타민, 각종 미네랄, 타닌 등 300여 가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피를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건강에 좋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의 술이 산성인 데 비해 와인은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술이며, 와인 섭취가 칼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노년층 남자나 폐경기 이후 여자에게 좋다고 한다.

와인은 요리와 함께하는 음식으로 주로 식후 디저트(케이크 등)가 나오기 전까지만 마신다.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을 들지 않고 탁자에 놓고 잔의 ‘3분의 1’정도만 따른다. 와인은 잔(Glass) 속에 코를 넣어 향을 음미하면서 마신다.

최근 작고한 고(故)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세계를 정복하려면 와인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와인을 유행시킨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와인을 훌륭한 비즈니스 도구로 강조했는데 아마도 와인에는 매너가 필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고, 너무 과음하지 않도록 절제도 하는 것이 와인의 매너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면서 예전처럼 왁자지껄한 송년회는 어렵게 됐다. 코로나19로 괴로웠던 올 한해였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집에서 와인 한잔 음미하며, 건강히 잘 버텼다고, 내년에도 잘 버텨내자고 응원의 한마디라도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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