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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의 신속한 실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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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의 신속한 실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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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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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의 새로운 현실(new reality) 중 하나는 소비자의 근본적 행동(behavior)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소비자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며 나타나는 소비 트렌드는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untact)’구매, 홈코노미(home + economy) 소비 확대, 본원적 가치(essential value) 중시, 불안 CARE 소비 증대, 자기중심적 ‘에고이즘(Egoism)’패턴 강화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비대면 접촉이 확장되면서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방구석 여행이 일상화되고, 온라인(on-line)을 통한 접촉을 의미하는 ‘온택트(ontact)’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제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면 접촉(contact) 없이는 사회 존속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분야는 여전히 존재한다. 요즘 우리가 매일 겪고 있듯이 코로나19의 감염 위험 속에서도 보건·의료, 보육, 돌봄, 환경미화, 콜센터, 안전, 치안, 교통, 물류, 배달, 택배 등의 일들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감염병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도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일들을 노출 대면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필수 노동자(essential employee)’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 영국에서는 ‘핵심 노동자(key worker)’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들의 위험한 노동 덕분에 우리는 하루하루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필수노동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경할 뿐만 아니라 그 개념조차도 아직은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면 노동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정도이다. 그 결과 필수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인정해 주지 못하고 있으며,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함으로써 당연히 이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그리고 과로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역사학자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그의 저서 ‘그림자 노동(Shadow work)’에서 “임금 노동의 필수적 보완물인 가사 노동(그림자 노동)을 여성에게 배정하고, 노동이 ‘생산적 노동(임금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무급 노동)’으로 분화되면서 가사 노동의 지위가 하락했다.”고 분석했고, 미국의 경제학자인 ‘낸시 폴브레(Nancy Folbre)’는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가슴(The invisible heart)’에서 “돌봄이라는 인간 활동이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결정해온 만큼 그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고 사회ㆍ경제적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한국에서 필수노동은 여전히 ‘그림자 노동(Shadow work)’으로 치부되어 왔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경제활동이 무임(無賃) 또는 저임(低賃)의 ‘돌봄 노동(Care economy)’ 위에서 가능했음을 새삼 상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수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조명을 불러왔다. 돌봄 노동의 지위와 보상을 개선함과 동시에 돌봄 경제의 실태를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분류 체계를 정비하고 통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12월 14일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필수노동자 보호·지원을 위한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하여 발표했다. ① 방문돌봄종사자 및 방과후강사 등 9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 지급의 한시적 생계지원, ② 택배・배달기사, 환경미화원 대상 심혈관계, 호흡기 질환 등 맞춤형 진단 지원, ③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 산재보험의 전속성 기준 폐지, ④ 콜센터, 물류센터 등 집단감염이 반복․ 다발 취약사업장 점검 및 근로감독 실시, ⑤ '사회서비스원법' 및 '가사근로자법' 제정 돌봄종사자 근로여건 개선, ⑥ 대리기사의 보험 중복가입 등 각종 비용부담 완화, ⑦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이륜차 기사 보호, ⑧ 대용량(100L) 종량제 봉투의 사용 제한 환경미화원 보호 및 지원, ⑨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법' 제정 필수노동자 보호추진체계 제도화 등 획기적 개선책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장밋빛 정책나열에 그치지 않고 실행이 시급한 과제임을 명찰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의 로드맵까지 제시했지만, 관련 법령의 제․개정의 입법영역이 대부분이어서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의지를 촉구하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11개 관련부처의 보다 적극적이고 조속한 추진에 총력 경주를 기대하며,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도 빠른 시간 안에 일자리위원회와 적극 협조하여 실태 확인은 물론 체계적인 보호대책을 강구하고 플랫폼 종사자(platform employee)에 특화된 사회안전망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회’에서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피해 지원은 신속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을 추가 지원하는 한편 택배·돌봄 등 필수노동자를 지원하겠다”라고 한 만큼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배달, 택배 노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의 과로 문제 해결은 참으로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거리의 천사로 불리며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환경미화원’에 대한 호칭이 ‘청소원’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환경미화원’으로 바뀐 데 이어 2011년 충북 충주시의 ‘환경관리원’으로, 2017년 서울특별시와 경북 상주시가 각각 ‘공무관’과 ‘공무직’으로 바뀐 데 이어 최근 울산광역시의 ‘환경공무관’으로의 개칭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노인성 장애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등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돌봄 노동 자체가 존중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고용불안과 고용기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점차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바뀌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돌봄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척박한 인식과 싸늘한 시각은 향후 어르신 돌봄 대란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 가능케 한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우리 모두의 존중과 배려가 절실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필수노동자들을 품고 보듬는 따뜻한 가슴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의 신속한 실행을 촉구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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