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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남부여대(男負女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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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남부여대(男負女戴)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0.12.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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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이틀 후면 새해가 밝아온다. 그러나 올해는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삭막한 날이 계속됐다. 삶의 즐거움 보다는 걱정이 많은 한해를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매년 연말에는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네온사인이 가득했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람들의 기분을 즐겁게 했다. 가진 사람이나 덜 가진 사람이나 연말이면 조금씩 나눠 불우한 이웃을 돕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연말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도시는 밤 9시가 넘으면 암흑가로 변했다. 유일하게 밤을 밝히는 것은 가로등과 가정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다. 친구들과 부모형제들의 모임도 제한됐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이해하지 말라고 해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으로 지구촌 누구나 이러한 고통을 함께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는 혼란은 참기 힘들만큼 화가 난다. 일반 서민들은 매년 수백만 원의 세금을 국가에 내고 있다. 자영업자도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을 정부에 내고 있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보이는 것은 싸움과 갈등뿐이다.

2020년 정치인들은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을 주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불행을 안겨 주었는가? 아마 이런 여론조사를 하면 행복 보다는 불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평화롭고 정의롭고 법치가 지켜지는 나라를 원한다. 그러나 2020년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돌이켜보면 최악의 진영논리와 최악의 패거리 정치를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3년간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각각 나눠 통치했다. 그 3년 동안 한반도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나눠 전국 곳곳에서 피를 토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북한은 6.25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을 주검과 상처로 얼룩지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남북한 모두 안정을 찾기 시작해 분단은 완전하게 고착화 됐지만 최근 남한 내 일어나는 진영논리와 갈등은 이미 수위를 넘고 있다. ‘내편 네편“과 ’보수 진보‘로 나누어진 진영은 6.25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차라리 좌우 이념논쟁이라면 이해 할만도 하지만 초등학생도 하지 않은 정치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자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거나 수사를 하는 일이 정례화 됐고, 당선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 우호적인 팬덤정치를 일삼고 있다.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하지 못할까? 역사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음 정권도 현 정권을 사법적으로 심판해야 하는가? 오지 않은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고리는 이제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년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남짓 남는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가 있고 5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정권은 엄청난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임기 중 시행했던 각종 정책들이 사법부의 심판에 오르고 그러한 업무를 집행했던 사람들은 또 다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법의 집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잘못이 있으면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수사를 하라는 것 아닌가. 문제가 있으면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지금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보복정치라는 말이 사라진다. 사건을 묵혀 두었다가 임기가 끝난 후 끈 떨어지면 감옥에 넣는 것이 무슨 정의인가? 그것은 치졸한 방법이다. 힘없는 망아지에 목줄을 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라도 잘못이 있으면 법의 심판대에 세워 판결을 내려야 한다. 왜 서민들은 한 치의 미룸 없이 심판을 받는데, 권력자들은 퇴임 후에 심판을 받아야 하는가? 바로 이런 것들이 보복정치가 되고, 검찰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더 이상 임기 후 힘 빠진 권력자를 소환하는 불행의 역사를 없애고 지금부터라도 권력과 무관하게 법 집행을 성실히 하길 바란다. 바로 이게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이고 정의가 살아 있는 검찰개혁이다.

남부여대(男負女戴)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짐을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인다는 뜻이다. 가난과 재난을 당한 서민들이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재난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절망의 시간을 보낸 것과 딱 어울리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에는 마음을 좀 단단히 크게 먹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하기 바란다. 이명박 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권력 말 레임덕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더 무서운 것은 좌우 진영논리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대통령이면 대통령(大統領)답게 크게 소통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바로 갈 수 있는 새 길을 마련하길 간곡히 당부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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