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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개혁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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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개혁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2.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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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경자년(庚子年)이 가고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된다. 해가 바뀌고 있다. 사실 하루가 지난 것이고 달력 한 장을 넘겼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음가짐이 다르고 새로운 기대감이 충만하다. 그 이유는 새해가 지난해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희망과 소망을 각자 마음속에 담기 때문이다.

2017년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5대 국정목표를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그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오랜 저항 속에서도 공수처가 곧 실질적인 출범을 앞둔 것처럼 5대 국정목표는 100개의 세부실천과제를 통해 한 가지 한 가지씩 꾸준하게 실현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과제를 반드시 문재인 정부 재임 5년 안에 다 이루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조급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개혁을 좌초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서둘지 말고 그동안 꾸준하게 이루어 낸 개혁을 더욱 공고하게 완성시키는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개혁은 늘 수많은 저항이 뒤따른다. 그 저항 때문에 개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 성공적으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과거 노무현대통령도 속도조절을 거론한 바 있다. 2004년 12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송년회를 가지면서 4대 개혁법안(국보법, 사학법, 언론법, 과거사법) 처리와 관련해 “너무 무리하거나 조급하게 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며 개혁의 속도조절론을 거론했다. 당시에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내부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리는 노대통령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려 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선시대(朝鮮時代) 정조(正祖大王)의 개혁도 속도조절을 통해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1791년(정조 15년) 신해통공(辛亥通共)이라는 경제개혁은 애시 당초 수많은 반발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서두르지 않고 추진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중기 이후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고, 시전(市廛)상인의 생필품 독점 탓에 일반백성들은 높은 물가에 시달리면서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영세한 상인들이 시장에 나와 난전(亂廛 : 요즘말로 중소상공인)을 펼치는 일이 늘어났다. 이에 소위 종로상인, 개성상인이라 불리는 기득권자인 시전상인들은 금난전 전매권(禁亂廛 專賣權 : 소위 시장에서의 독점판매권)을 앞세워 영세한 상인을 잡아다 감금하고, 때리고 탄압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시전상인(독점적 특권을 누리던 大形 상인)의 이러한 특권은 당시 집권세력이던 노론(老論)의 권문세가(權門勢家)에게 수익의 일부를 나누며 유지되던 권리(權利)였다.

정조는 1791년 신해통공을 통해 육의전(六矣廛) 이외의 모든 시전상인에게서 금난전 전매권(禁亂廛 專賣權)을 박탈했다. 아울러 개혁의 성공을 위한 후속조치로 '반좌법(反座法)'도 시행했다. 반좌법은 육의전 상인 이외의 자가 난전을 금하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처벌하는 강력한 추가 조치였다. 반좌법으로 개혁정책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기에 정조의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촛불정신의 기반위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도 기득권 세력의 끊임없는 저항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역사적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보수 세력의 반동(反動) 때문에 개혁이전의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역사 속에서 비일비재 했다. 남은 재임기간 동안에 더 많은 개혁을 이루기 위해 조급하게 서둘지 말자. 지금까지 이루어 낸 개혁의 공고한 완성을 위해 힘을 쏟자. 그것이 개혁의 성공을 위한 길이다. 그리고 앞으로 개혁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길이다. 지금은 개혁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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