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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3] 자충수 둔 이낙연의 사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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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3] 자충수 둔 이낙연의 사면론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1.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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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자신들의 감옥살이를 정권에 의한 핍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들의 사면은 정치보복을 시인하는 꼴이 되고 결국은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면서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라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수습에 나섰으나 그가 입은 내상은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 켜진 빨간신호등에 가깝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나 친문 세력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도 선거를 위한 정략적 발언이라고 경계하고 나선 탓이다.

더 큰 패착은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들의 사면은 뜬금없을 뿐만 아니라 마뜩잖은 불쾌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 등으로 지난해 11월 초 대법원에서 17년의 징역형이 확정돼 재구속,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회사돈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로부터 119억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수백억 원을 받아도 겨우 몇 개월, 몇 년 감방 생활을 하다 사면받아 나오고, 힘없는 일반 공무원은 대가성 없이 1백만 원만 받아도 김영란법으로 형사 처벌하는 현실을 ‘공정’이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더욱이 이 씨는 대법원의 판결 선고 후 “대법원이 정의롭지 못하다. 법치가 무너졌다”고 법원의 판결을 부인하는가 하면 “나를 구속할 수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며 반성은 커녕 자신을 박해받는 선지자 인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국민에 의해 탄핵 됐으나 아직 한 번도 반성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정치보복의 희생양을 자처하고 있다.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반성도 하지 않고, 재판도 끝나지 않은 뇌물 사범들을 단지 대통령을 지냈다는 이유 하나로 사면하겠다는 그의 말에 국민 여론은 한마디로 이해 불가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시대 가치로 내세운 ‘공정’에 대한 자기 부정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감옥살이를 정권에 의한 핍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들의 사면은 정치보복을 시인하는 꼴이 되고 결국은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면서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새해 벽두에 꺼낸 사면론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큰 줄기는 대선의 길목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조급함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오는 4월 7일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3개월의 시간을 남겨놓고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물론 후보군에 있어서도 야당에 뒤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민주당이 패할 경우 그의 대선 길목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오는 14일의 박근혜 재상고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대법원판결 후 국민의힘에서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지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라도 재판이 끝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요구가 불가피하다.

이 대표로서는 그럴 바에야 사면의 주도권을 선점, 이이제이(以夷制夷) 효과는 물론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계산 법이다. 마지막으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당내 경쟁이다. 당 대표 경선 당시만 해도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으로 불리며 당 대표는 물론 차기 대선주자로서도 탄탄대로였으나 언젠가부터 지지율이 빠지더니 결국 역전됐다. ‘어대낙’을 일부에서는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이라고 읽고 있지 않는가.

2개월 뒤면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 그로서는 ‘어대낙’을 재현할 그 무엇이 시급했고, 이명박·박근혜 사면은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 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던 셈이다. 사면 카드를 꺼냈다 고개 숙인 이 대표의 사면론은 승부수가 되기에는 너무 성급했다. 거센 반발에 나선 친문 강성지지 세력에 대한 불확실한 미련을 버리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행보가 더 유리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에게는 사면론이 다목적의 시급한 카드일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는 ‘뜬금없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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